"우리 가족 일이라 어디다 말도 못했어요…."
아들에게 학대를 당했던 차경자(가명·81·인천 미추홀구) 할머니는 지난해 겪은 끔찍한 일을 떠올리며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차 할머니의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 아들은 가족에게 돈을 빌려 사업에 손을 댔다가 실패했다.
그때부터 아들은 노모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등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차 할머니는 아들의 지속적인 학대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가족을 욕보이는 것 같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수년간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아들이 급기야 칼을 들고 위협을 하고 나서야 차 할머니는 경찰에 신고했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차 할머니는 "아들이 화를 낼 때면 집 밖으로 도망치듯 나오곤 했다"고 푸념했다.
전체 사례 84%는 가정에서 발생
경찰에 알려 비로소 도움 받거나
맞고 다쳐도 '내 잘못' 생각하기도
또 다른 학대 피해자 고문선(가명·75·인천 부평구) 할머니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고 할머니는 10여년 전 몸을 다쳐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들이 안쓰럽고 걱정돼 잔소리했던 게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 올해 초 꾸중에 격분한 아들이 내던진 집기에 맞아 입술 등이 찢어진 것이다.
고 할머니는 "아들의 폭력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말끝을 흐렸다.
6월 15일은 제6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이다. 노인 인권을 보호하고 노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된 법정 기념일이다. 경인일보가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노인학대 사례는 총 379건이다. 이 중 84%(321건)가 가정에서 발생했다. → 표 참조
"지자체가 실태조사 진행할 필요"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노인학대 실태조사를 심도있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지역 상황을 고려한 학대 예방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아동학대 문제와 같이 노인학대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