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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글은 최고의 문자 가운데 하나지만, 한자도 정교하고 장점이 많은 우수한 언어다. '술'을 뜻하는 한자 주도 발효주인 경우에는 주(酒)를, 증류주인 경우에는 주(酎)로 구분해서 표기한다. 요즘에는 구분 없이 주(酒)로 통일해서 쓰지만, 발효주와 증류주는 엄연히 노선이 다르다. 맥주가 곡물로 빚은 발효주라면, 위스키는 이를 증류한 것이다.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것이 와인이라면, 와인을 증류한 것이 브랜디다. 중국의 십대 명주인 마오타이는 수수를 증류해서 만든 술이요, 멕시코의 데킬라는 선인장인 용설란을 증류한 것이며, 럼은 사탕수수를, 그리고 보드카는 밀과 보리 등을 증류하여 만든 술이다. 희석식 증류주인 소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주다.

얼마 전 지인과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소주 한 병을 주문했는데, 소주도 맥주도 없다고 하여 눈물을 머금고 비싼 술(?)을 시켰다. 소주가 없는 이유를 물으니 화물연대 파업으로 소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간 재고로 버텼는데, 주류를 공급해주는 거래 업체에서 물량을 충분하게 보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단골손님들로 겨우 버텼는데, 이제는 파업과 물류대란으로 식당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푸념했다. 작년 한 때는 상추가 없어 가격 폭등으로 애를 태우더니 이제는 소주가 발목을 붙잡는다고 하소연이다. 마트나 편의점도 일부 품목은 발주도 안 된다고 한다.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을 넘겨 8일, 9일차에 접어들고 있다. 산업계와 건설현장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파업의 여파가 밀려오고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란 없다. 내가 일상에서 쓰고 입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내가 의식하지 못해서 그렇지 누군가의 피땀과 수고로 이뤄진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겪으면서 물류와 유통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은혜인지 절감한다. 그러나 그 은혜와 소중함과 별개로 코로나와 인플레이션과 물가폭등으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파업은 너무 아쉽다. 국민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걱정도 크다. 이해 당사자 간의 중단 없는 대화를 통해 조속히 타결되기를 바라며, 이제는 파업도 나라와 사회의 형편을 헤아리는 상생의 마음이 필요하다. 또 어떤 파업이든 국민의 지지와 동의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