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반도체를 포함 주요 4개 품목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며 인용했다. 4차 산업혁명 도래를 계기로 세상이 지금까지의 '선형(linear)'적 모습에서 점차 '비선형(non-linear)'적 흐름으로 대체되면서 바이든의 말은 힘을 얻는다. 한국 첫 방문지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택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오늘날엔 반도체가 편자의 못이다. '산업의 쌀' '새로운 석유'로 불리는 반도체는 어느 산업에서나 필수불가결한 공기이자 경제 엔진이며 권력이다. 각국 완성차회사가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셧다운 사태를 맞았고, 차량 주문 후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이례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요소수·우크라 사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위험성 절감
비단 반도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 '요소수 대란'이란 기이한 경험과 마주했다. 미·중 두 강대국의 패권 경쟁이 돌고 돌아 국내 산업계를 위기에 빠트리는 일련의 상황이 마치 편자 박을 못이 없어 왕국이 몰락하는 논리처럼 비약되고 있어 소름 돋을 지경이었다. 미·중의 치열한 패권 다툼→미국이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묻고 국제적 조사를 요구→미국은 중국 견제에 호주를 끌어들임→호주가 중국에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중국이 경제 보복으로 호주산 쇠고기·보리에 이어 석탄 수입을 금지→중국의 석탄 공급량 부족으로 가격이 급등→(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 생산) 중국이 자국 내 요소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수출을 제한→한국에 요소수 품귀 사태 발생→국내 버스·트럭 등 일부 디젤차의 운행 중지.
'전 세계 삼겹살은 한국인이 먹어치운다'라는 말이 회자될 만큼 한국인의 노릇노릇 삼겹살 사랑은 남다르다. 회식을 비롯해 각종 모임, 여행지에서도 삼겹살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사회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태가 터졌다. 러시아 독재자 푸틴의 편집증적 망상은 '유럽의 빵바구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어졌다. 전쟁의 야만성과 폭력성을 지켜보면서 인간은 신이 아닌 원숭이에 가까움을 통감한다. 와중에 국제 곡물 가격이 껑충 뛰었다.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20% 가량으로, 수입 사료용 밀의 약 70%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다.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사료 가격 상승은 축산 농가에 타격을 가했고, 급기야 삼겹살의 소비자 가격이 폭등했다. 푸틴이 부른 신냉전이 삼겹살을 금(金)겹살로 둔갑시켜 서민을 울린다. 차량용 반도체를 시작으로 요소수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상하이·베이징 봉쇄를 지켜보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던지는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절감한다. 결과론이기는 하나 제2·제3의 위기에 경종을 울린 건 다행이다.
한국, 수출로 먹고 사는 '무역대국'
촘촘한 관리·물자 안정조달에 촉각
세계적 제재 등도 선제적 대응 필요
머잖아 중국으로 인해 피눈물 흘릴 날이 온다. KIEP에 따르면 국내 주요 산업의 중국산 수입 의존도(2021년)는 배터리가 80.2%, 반도체 30.6%, 휴대전화 25%, 자동차 12.3% 등이다. 대중 의존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자 독이 든 성배다. 대중 의존을 낮춰 위험을 분산시키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나 미국·일본·호주·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고자 손잡은 안보협력체 쿼드(Quad) 등에서 보듯 강대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은 사라지고 있다. '모두의 친구는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Everyone's friend is nobody's friend)라는 말처럼 모호한 스탠스야말로 위험한 요소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 확대로 모든 게 해결되진 않는다. 우린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한국은 무역대국이다. 세계 8위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GDP 대비 무역액 비중은 100%를 오르내린다. 촘촘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물자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신통상 이슈와 규범, 글로벌 제재 등에도 다양한 시나리오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우리가 변하는 게 답이다.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