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성범죄를 소재로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세대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경아의 딸'이 관객을 만난다.
충무로의 기대주 신인 김정은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경아의 딸'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으로 딸 연수를 단속하기 바쁜 엄마 경아가 연수의 전 남자친구가 불법으로 유포한 동영상을 보고 충격에 빠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신의 감정이 앞서 딸이 받았을 아픔과 고통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 경아는 딸을 몰아붙이고, 이에 연수는 마지막으로 디디고 있던 엄마라는 땅이 흔들림을 느낀다.
모녀간 '용기와 연대' 치유 과정에 초점
영화는 가장 가까이에서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들이 의식하지 못한 사이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모녀를 통해 짚어낸다. 그리고 큰 사건을 겪은 이들도 다시 세상으로 나와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무엇보다 뛰어난 용기와 연대를 보여주며 다음 세대로 희망의 메시지를 확장하며 서로가 서로의 곁에 있다는 위로를 전한다.
'경아의 딸'은 디지털 성범죄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그 고통과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전시하는 대신 그들이 상처를 뛰어넘어 회복하고 치유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피해자다움'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고, 고통의 끝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영화는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연기력을 보여주는 베테랑 배우 김정영과 인기 드라마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배우 하윤경이 열연하며 복잡한 모녀 관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김 감독은 "우리 사회 안에 뿌리 깊게 자리한 가부장적 신념을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으로 심각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관객에게는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영화는 16일 개봉.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