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저어새의 주요 서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름띠가 생겨 저어새 등 철새들이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단체 저어새네트워크는 15일 오전 9시께 인천 남동구 남동유수지에 기름띠가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경인일보가 제보를 받아 이날 오후 2시께 현장을 확인한 결과, 유수지 내 수로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이 유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넓게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저어새 등 철새 3마리가 기름띠 위에 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수로 유출 추정… 고의 방류 의심
저어새 등 조류 먹이활동 피해 우려
남동구 "오일 펜스 설치·제거 작업"
저어새네트워크 관계자는 "어제까지 유수지에 기름띠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오늘 오전 유수지 인근 빌딩 입주자가 이를 발견하고 알려왔다"며 "어젯밤부터 비가 내리면서 누군가가 고의로 기름을 흘려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남동유수지에는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 등 여러 종의 철새들이 머물고 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황종경 박사는 "저어새를 비롯해 흰뺨검둥오리와 백로, 재갈매기 등이 남동유수지에서 물을 마시고 먹이 활동을 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당분간 유수지를 찾는 새들의 상태를 관찰하며 피해 여부를 확인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담당 지자체인 남동구청은 기름띠가 퍼진 규모를 확인하고 서둘러 제거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남동유수지에서 만난 남동구청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수로 근처에 오일 펜스를 설치해 기름이 유수지로 추가 유입되는 것을 막고 곧 제거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기름이 퍼진 경로와 기름 성분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봄에 남동유수지를 찾은 저어새들은 최근 너구리의 침입(6월8일자 6면 보도)으로 수난을 겪기도 했다. 지난달 13~19일과 26일에 저어새 서식지인 유수지 내 인공섬 중 작은 섬에 너구리가 잇따라 침입해 새끼 저어새 60여 마리가 목숨을 잃고 둥지도 30여 개가 파괴된 것으로 저어새네트워크는 추산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