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이 우리 집 부근에 자주 가는 토속 음식을 하는, 단골 식당이 두 군데 있다. 이 식당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에서 40여 년 이상 터를 잡고 있는 수원에 사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곳이다. 바로 수원 팔달문 시장의 코끼리 만두와 권선시장의 목포홍탁 집. 이 식당의 주요 메뉴인 만두와 홍어는 전통 음식이며 잔치에 쓰였던 토속 음식이다. 2대에 걸쳐 음식점을 하고 있는 이곳은 전통 계승처럼 부모님의 손맛을 승계하고 있다.
40여년 시장서 대 잇는 단골 맛집
토속음식은 계승돼 전통가치 지녀
코끼리 만두는 중학교 때부터 자주 가던 분식점으로 80년대 수원 상권의 중심지에 있었다. 외식 문화가 발달 되지 않았던 당시에는 이곳이 만남의 장소 또는 각종 모임의 공간으로 기억된다. 얼마 전 코끼리 만두를 찾았을 때 그때 주인 아주머니는 할머니가 되어 주방을 보고 계셨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손님을 맞이했다. 친절하게 반기던 이 남자는 이 집의 막내아들. 들리는 말로는 공부를 곧 잘하여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유학생 출신이다. 어머니를 대신하여 식당에 오는 손님들을 가족처럼 맞이하고 배웅하며 성심껏 행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밀가루 피에 여러 가지 식재료가 들어간 만두는 원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유래되고 발전된 고대 음식이 원조다. 지금은 각 민족과 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만두란 말이 처음 기록된 것은 1643년 영접도감 의궤에 나온다. 여기서 만두는 중국에서 온 사신을 대접하기 위하여 만들었고, 그 후 궁중 잔치에도 쓰여지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권선시장에 있는 목포홍탁은 애주가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전라도에서는 홍어 빠진 잔치는 아무리 잘 차렸어도 먹을 것 없다고 할 정도로 홍어를 잔치 음식의 최고로 여긴다. 이곳을 찾는 손님 중에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기서 생신 축하연을 베풀기도 한다. 홍어 맛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같이 3대가 둘러앉아 삼합으로 지칭되는 삭힌 홍어, 돼지고기 수육, 묵은김치를 즐기는 가족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삭힌 홍어 냄새와 어울리지 않게 이 식당에는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손님을 맞이한다. 젊은 여자는 직장을 다니다가 몸이 불편한 부모님의 가업을 잇고자 주방에서 일을 배우면서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다. 술이 빠질 수 없는 음식의 특성상 취객들의 실수 속에서도 인상 찌푸리는 일이 없이 부모님을 돕는 모습이 갸륵하게 보인다.
홍어는 온전한 우리의 토속 음식으로 조선 후기 1814년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등장한다. 이 책에서 나주 사람들이 삭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고 했다. 그 유례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남해안 일대에서 극성을 부리던 왜구를 피해 흑산도 주민들을 나주로 정착하게 하면서 삭힌 홍어 요리가 비롯된다. 당시 흑산도 주민들이 홍어를 포함한 여러 가지 생선을 챙겨 나주로 이주하게 되는 과정에서 모든 생선들이 부패하였는데, 홍어만이 부패로 인해 풍미가 살아나게 된 것이 홍어에 얽힌 역사다.
당국, 선대 맛과 멋 가업 계승하는
2~3세대 청년들에게 관심 기울여
경제·문화시장 활성화 전략 세워야
이같이 토속 음식은 누군가에 의해서 전래 됨으로써 전통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거기에 음식점이 존재하기에 손님이 맛볼 수 있고, 반대로 찾는 손님이 있기에 가게를 이어나갈 수 있다. 손님과 주인은 상생 관계이며 수평관계로서 손님이 왕이 될 수 없다. 또한 맛과 멋을 겸비한 전통을 계승하는 맛집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에 있는 높은 자존감이 자만심으로 변질 되어서는 안 된다. 고객들의 입맛은 미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적인 감각으로부터 생겨난다는 점에서 언제나 주인은 처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반면 공동체 음식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선대의 가업을 승계하고 있는 2세대, 3세대 젊은 청년들에게 당국에서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전통 음식을 되살리고 있는 이들을 위한 지원 등을 통해 경제와 문화 시장의 전략을 확대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