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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시험능력주의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는 평가 시스템은 공정한가'란 물음에 의심 한 톨 없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시험이란 견고한 '성체'를 훼손할 수 없는 것은 저 물음을 부정하며 시험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는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안 부재'를 겪는 것은 비단 시험만의 문제가 아니다. 멀쩡히 일하던 사람이 일터에서 한순간에 목숨을 잃거나 사회적 차별과 폭력에 따른 피해자가 얼굴을 달리해 등장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깝지만 별 수 있느냐'는 자조가 세상을 뒤덮는다.

# '시험능력주의'
개인의 능력을 판정하는 공정한 제도 '시험'
소수의 승자·대다수 실패자 구조 해결법은


사람이 만든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유사한 문제가 되풀이된다면, 다음 행동은 어때야 할까.

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능력자'가 우대받는 것이 자연스러울뿐더러 정치와 사회를 지배해야한다는 '능력주의'는 한국 사회는 물론, 오늘날 자본주의를 배경 삼은 나라들을 관통하는 세계관이라 할 만하다.

사회학자 김동춘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과 분석이 그 유행만큼이나 늘어난 지점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대학 입시와 취업 관문 등에 놓인 '시험'이 개인의 능력을 판정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제도이며, 이 시험의 결과에 따른 차별이 정당화되는 것을 한국형 능력주의라 말하며, 이를 '시험능력주의'라고 규정한다.

저자가 시험능력주의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로 꼽는 것은 시험을 통한 승자가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실패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들이 문제의식을 느끼면서도 그저 순응하고 살아간다는 점이다.

정권마다 입시 정책이 수도 없이 바뀌지만, 시험의 권세 자체는 꺾일 줄 모른다. 권력자뿐 아니라 성공과 출세를 향한 개인들의 사적 열망과 얽혀있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진단은, 결국 그 해법이 '사람이 만든 구조'에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운다.

# '민낯들'
죽음으로 알려진 참사… 재난 상황의 근본 문제
우연한 사고 아닌 사회가 외면한 결과 연장일 뿐


민낯들
아픈 사건을 마주하고 우리는 "잊지 않겠다"고 쉽게 말하고, 그 다짐 또한 쉽게 잊는다. 2014년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의 탑승객이 숨졌을 때도,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일을 하다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을 때도 그랬다. 오찬호 작가는 '민낯들'에 우리가 잊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열두 가지 사건을 담았다.

저자는 그 다짐과 선언을 통해 아픔을 소비하고 흘려버리는 동안, 정작 놓친 질문은 무엇인지 따져 묻는다. "죽음도 별 수 없다"는 부제를 단 1부에선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두고 어느샌가 심드렁해진 우리 앞에, 피해자의 아픔을 다시 꺼내 놓는다. 저자가 반복해서 꼬집는 것은 그들의 고통이 우연한 사고가 아닌, 사회가 외면한 결과라는 뼈아픈 사실이다.

저자는 2부의 부제를 "우리는 망각에 익숙하다"로 달고, 한국 사회에 반복되는 참사와 재난 상황의 이면을 들춘다. 코로나19 팬데믹, 낙태죄 폐지, 'n번방' 사건 등을 겪으며 "끝없이 먹먹할 것"인 우리에게, 저자의 당부는 이렇다. "무너지지 말아야 한다. 이 사회는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바꾸는 것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