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전 문체부 장관이 지난달 퇴임 회견에서 병역법 개정안의 빠른 처리를 촉구했다. 7인조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병역특례혜택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대중예술인은 국위선양 업적이 뚜렷해도 병역의무 때문에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 손실이라 우려했다.
새 정부 출범을 닷새 앞둔 시점에 문화수장이 '이대남' 배려를 언급하자 생뚱맞다는 반응이 나왔다. 틀린 말은 아니나 그동안 뭐하다 퇴장을 코앞에 두고서야 대중예술인들 대변인을 자처하느냐는 거다. 정권 막바지까지 눈치만 보다 면피용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에서다. '생색은 전(前) 정부 사람이 다 냈는데, 차기 정부에서 (개정안 처리에) 의욕이 나겠느냐'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났는데 개정안이 논의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K팝 대명사, BTS가 지난 14일 활동 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데뷔 9년, 지구촌 정복 4년 만이다. '해체'는 아니라고 했으나 개인 위주 활동으로 전환하겠다고 해 당분간 '완전체 공연'은 볼 수 없게 됐다. 유튜브 채널로 단원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려던 '아미(BTS 팬덤)'들은 집단 실신 지경이다. 미국 등 서방 언론은 일제히 '충격적'이라고 타전했다.
팬들만 아니라 소속회사가 상장된 주식시장도 출렁였다. 15일 '하이브' 주가는 전날보다 24.8% 급락한 14만5천원에 마감됐다. 전날 7조9천812억원이던 시가총액은 5조9천549억원으로, 하루만에 시총 2조원이 증발했다.
BTS 멤버 정국은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해체설을 부인했다. "일어나보니 활동 중단, 해체한다고 난리가 나 있어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라이브를 켰다"고 했다. 소속사는 물론 다른 멤버 RM도 팬 커뮤니티에서 "개인 활동 계획을 밝힌 것이지 팀이 해체된다는 게 아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하이브 주가는 급반등하지 않았다.
해체설 발원이 의도적이란 일부 견해가 있다. 지지부진한 병역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관심 유도설'이다. 개정안은 BTS처럼 업적이 큰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 복무를 허용하는 게 뼈대다. 이달 안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992년생 맏형 진은 올해 말까지 군에 입대해야 할 처지다. 국보(國寶)를 잃을지 모르는데, 개정안 발의 의원들마저 보이지 않는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