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한마음 합동결혼식6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CN천년웨딩홀에서 열린 '한마음 합동결혼식'에서 한슬아·정문길 부부(사진오른쪽)를 비롯한 4쌍의 부부가 주례사를 듣고 있다. 2022.6.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기분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행복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6시께 인천 미추홀구 CN천년웨딩홀에서 늦깎이 결혼식을 하게 된 정문길(57)·한슬아(49) 부부는 수어를 통해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청각·언어장애가 있는 몽골인 신부 한슬아씨와 한국인 신랑 정문길씨는 10여 년 전 인터넷 채팅으로 서로를 처음 알게 됐다. 몸은 2천㎞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사랑을 키워갔다.

한국과 몽골의 수어가 서로 달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정문길씨가 한슬아씨를 보기 위해 직접 몽골에 찾아가기도 하고 한국 수어책을 몽골로 보내면서 사랑을 계속해갔다. 오랜 노력 끝에 이들은 지난 2013년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결혼을 하게 됐다.

넉넉하지 않은 생계와 딸을 키우느라 10년 동안 결혼식을 미뤄오던 부부는 이날 10년 만에 화촉을 밝혔다. 정문길씨는 "그동안 서로 고생이 많았다. 옆에 있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오늘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몽골·한국 채팅으로 만난 커플 등
청각·언어장애 부부 4쌍 백년가약
'脫코로나' 130여명 참석 앞날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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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CN천년웨딩홀에서 열린 '한마음 합동결혼식'에서 한슬아·정문길 부부(사진오른쪽)를 비롯한 4쌍의 부부가 서로 인사를 하고 있다. 2022.6.17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날 CN천년웨딩홀에선 정문길·한슬아 부부를 포함해 청각·언어장애인 부부 4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목소리를 통해 소감을 전하기 어려운 신랑과 신부지만,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하객들을 맞이했다.

식장 곳곳에는 청각·언어장애인 부부를 위한 수어 통역사가 배치돼 감사 인사를 대신하기도 했다. 하객들은 박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부들을 위해 박수를 뜻하는 수어로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백암재단 인천종합사회복지관은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인천 지역 저소득 가정, 새터민,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위해 30년째 한마음 합동결혼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최소한의 하객만을 모시고 행사를 열었지만, 이날은 130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부부들의 앞날을 응원했다.

백암재단 윤국진 이사장은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부부가 더 사랑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백암재단 인천종합사회복지관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발굴·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