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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에서 돈으로 고용된 용병(傭兵)들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돈을 주고 고용할 정도면 용병들의 전투력은 압도적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도 용병 덕분에 15년 동안 로마 전역을 휘젓고 다니며 전설을 썼다. 도시국가 카르타고가 15년간 자국 병사로만 전쟁했다면 남성의 씨가 말랐을 것이다.

용병의 미덕은 계약에 충성하는 데 있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이 바티칸을 침공했을 때 스위스 용병은 교황 클레멘스 7세를 구하려 대부분 옥쇄했다. 이에 감복한 교황청은 스위스 용병에게 바티칸 근위대를 맡기는 전통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고용주에게 계약대로 충성해야만 생업인 용병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스위스 민족의 아픈 역사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청년들로 구성된 네팔 구르카 용병은 2차대전 때 일본군의 악몽이었을 정도로 전설적이다. 돌무더기 25㎏를 메고 5㎞의 산악지를 1시간내에 주파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구르카 용병 지원자는 줄을 선단다. 경제적 보상과 명예를 한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도 용병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이다. 푸틴의 요리사 출신이 운영하는 용병 용역기업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요인 암살 명령을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고, 시리아 용병을 고용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러시아에 용병이 있다면 우크라이나엔 전세계에서 달려 온 의용군이 있다. 러시아의 명분 없는 전쟁을 응징하기 위해 아무 보수 없이 자원한 다국적 참전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수부대 출신 이근 전 대위가 참전하는 바람에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지원 한국인 의용군 현황에 대해 "한국 국적자 13명이 우크라이나로 들어와 4명이 사망했고 8명이 떠났으며 1명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러 한국대사관은 자체 확보한 정보가 없다 하고, 우리 정부는 별도의 입장 표명이 없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여권 무효화 조치 등으로 제한했다. 국민 희생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법을 위반했더라도 우리 국민이다. 최소한 이들의 동선과 생존 여부는 파악하고 있어야 마땅하다. 개인적 일탈로 국가가 난처할지라도, 국민을 위험에서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는 언제나 반드시 작동해야 한다. 국가에게 성가시고 귀찮은 국민은 없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