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엔 라이벌전이 많다. '노스웨스트 더비'라 불리는 리버풀 FC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간 맞대결이 대표적이다. 연고지 리버풀과 맨체스터가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데서 유래됐다. 스페인 '엘 클라시코(레알마드리드 대 FC 바르셀로나)', 아르헨티나 '엘 수페르클라시코(리버플레이트 대 보카주니어스)'도 팬들은 다 아는 매치업이다.
긴 세월 지역감정으로 축적된 앙금이 축구전쟁으로 번졌다. 리버풀과 맨체스터는 산업혁명 이후 섬유업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19C 말 지역을 연고로 한 축구팀이 창설되면서 전선이 바뀌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갈등도 뿌리가 깊다. 리그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엘 클라시코에서 연패한 패장은 불명예 퇴진을 걱정해야 한다.
한국프로축구 K리그엔 '슈퍼매치'가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맞대결이다. 1996년 블루윙즈가 창단하고 안양 LG 치타스와 '지지대 더비'가 원조격이다. 가전(家電) 라이벌 삼성과 LG의 경쟁이 더해져 K리그 대표 매치가 됐다. 2004년 치타스가 서울로 이전하고 팀 명칭을 바꾸면서 FC 서울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흥행면에서 프로야구에 밀리는 K리그에 슈퍼매치는 자존심이다. 최근 열기가 다소 식었지만 구름 관중을 동원했고, 만원 사례가 이어졌다. 성적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백중세다. 스타 선수들이 포진한 슈퍼매치는 예상 밖 이변이 속출했고, 팬들은 열광했다. 원정 응원이 가장 많은 빅게임이다.
지난 19일 수원에서 열린 슈퍼매치를 직관하려던 중학생이 수원 팬들에 폭행당해 파문이다. 동영상에는 수원 팬 여럿에 둘러싸인 피해자가 바닥에 꽂아지고, FC 서울 유니폼을 스스로 벗는 모습이 담겼다. 가해자들은 점핑을 하려고 들어 올렸다가 놓쳤다고 변명했으나 환호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수원 구단은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영상이 공개되고 비판이 거세지자 말을 바꿨다는 비난을 받는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고교생들과 중학생이다. K리그의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피, 열혈 팬들이다. 부모가 자녀를 안심하고 축구장에 보내기도 어렵게 됐다. 슈퍼매치가 휴일에 열렸는데도 관중석이 허전했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는데도 열기는 달아오르지 않는다. K리그가 유난히 더운 여름을 맞았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