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보호지역인 인천 송도갯벌에 낚시객 등이 몰리면서 갯벌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습지 보호를 위한 관련 법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11공구 앞 갯벌에서는 최근 어망을 쓰는 이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남동국가산업단지와 인천 신항을 잇는 송도 11공구 진입도로 위에서 어망을 던지거나, 수심이 얕은 갯골로 들어가 어망을 펼쳐 물고기를 잡는 것이다.
이곳은 평소 주말에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몰리고 이들이 버린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보호 위한 관련 법 '유명 무실'
어린 저어새 낚싯줄 걸려 익사
면적이 3.61㎢인 송도 11공구 앞 갯벌은 지난 2009년 인천시가 송도 6·8공구 앞 갯벌과 함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2014년 7월에는 국제 람사르 협회에서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와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이곳에 서식하고 있어 생태학적 보전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낚시객 등이 버리고 간 낚싯줄과 낚싯바늘, 쓰레기 등으로 인해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9월에는 송도갯벌과 멀지 않은 소래습지생태공원에서 어린 저어새가 낚싯줄에 발과 부리가 걸려 움직이지 못하다가 익사하는 일도 있었다. 송도 11공구 앞 갯벌 인근에는 현재 400여 마리의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는 남동유수지가 있다.
습지보전법을 보면 '습지보호지역에서 동식물의 인위적인 포획이나 채취는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러나 생계 수단 또는 여가 활동으로 포획이나 채취하는 경우는 예외 조항에 해당해 개인들의 낚시를 제한할 방안이 없다.
환경단체 "지자체의 관심 부족"
인천시 "과태료 등 제재도 못해"
환경단체들은 송도 11공구 앞 갯벌을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은 "지난해 인천시와 관할 기초단체에 낚시통제구역 지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개인들의 레저 목적으로 행해지는 낚시까지 제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소래생태습지공원의 경우 습지보호지역이 아님에도 낚시통제구역으로 등록돼 있는데,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을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건 지자체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해양환경과 관계자는 "습지보호지역에서 낚시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계도 조치는 하고 있지만 과태료 처분 등 제재를 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갯벌 생태계 보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관할 기초단체인 연수구 등과 협의해 낚시통제구역 지정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