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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교육청 전경. /인천시교육청 제공

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내년 고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내년 1학기부터 고교학점제로 학사를 운영해야 하는 일선 학교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직접 과목을 고르고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면 학점을 받아 졸업하는 있는 제도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고, 진로에 맞는 교육을 하자는 취지다. 내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재학 기간 스스로 과목을 선택해 192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부담 늘고 질 하락" 우려 목청
담당자·교실 늘려야 하지만…

외부강사 채용·리모델링 등 지원책에
"인천시교육청 대책, 근본 해법 아냐"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학교에선 최대 95개 선택과목이 개설될 수 있으며, 학생들은 이 중에서 대략 절반 정도를 선택할 것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하려고 해도 담당 교사가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선택 과목을 폭넓게 개설하려면 교사 수가 지금보다 1.5배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교학점제 선도 학교로 운영 중인 인천의 한 학교 교사는 "교사 1명이 3~4개 과목을 수업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비슷한 계열이더라도 다른 과목이기 때문에 각각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데, 교사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수업의 질은 담보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푸념했다.

학생들이 여러 과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수업을 받을 교실도 그만큼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선 학교 내에 추가로 교실을 만들 물리적 공간이 없다고 한다. 인천의 또 다른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새로 교실을 꾸밀 공간이 전혀 없어 아이들의 요구를 만족할 만한 수업을 개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교사 수가 부족한 학교에는 외부 강사를 추가로 채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한 교사가 다른 과목을 수월하게 수업할 수 있게 교수학습지도안을 개발하고 있다. 교실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리모델링 예산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관계자들은 대체로 인천시교육청의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새로 도입되는 제도이므로 초기에는 고교학점제가 개별 학교의 상황에 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대책 마련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