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미단시티에서 추진되고 있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사전승인을 연장하면서 내건 조건을 지키지 못해 사업 정상화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올초 공사재개 조건 사전승인 연장
1차 조건 아직 못지켜 재연장 난항
22일 카지노 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올해 초 미단시티 카지노 사전승인을 1년 연장하면서 올해 상반기 내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단시티 카지노는 2017년 착공했는데, 공사비가 미지급되면서 2020년 2월 공사가 중단돼 아직 재개되지 않고 있다.
미단시티 카지노는 공정률이 25% 정도에 불과해 당장 공사를 재개하더라도 애초 목표인 내년 3월 개장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업 완료를 위해서는 재연장을 신청해야 하는데, 1차 연장 때 조건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서 재연장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시행자인 알에프케이알(RFKR) 측은 이달 내 공사 재개는 어렵지만, 연내에는 공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문체부에 사업 수행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조달 방식 놓고도 의견차
RFKR "외환투자 이외 국내 조달"
문체부 "투자 변경땐 재연장 영향"
사업비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문체부와 RFKR이 이견을 가지고 있다.
총사업비가 약 8억 달러인 이 사업은 당초 100%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문체부 사전승인을 받았다. 문체부는 계획대로 모든 사업비를 외국인직접투자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RFKR 측은 경제자유구역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외국인투자 5억 달러 이상'을 충족하면서 나머지 금액은 국내 금융권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RFKR의 모기업인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광저우푸리(R&F)' 등에 대해 B3등급을 매겼고,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B3등급보다 낮은 기업은 신용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류된다.
RFKR 관계자는 "법률에 정해진 대로 5억 달러를 투자해 사업을 추진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국내 금융산업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체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평가에 대해선 "부동산 개발 기업의 신용등급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재연장 신청이 들어오면 1차 연장을 승인할 때 내걸었던 조건 이행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심사하게 될 것"이라며 "사업비 조달은 100% 외환 투자로 승인이 이뤄졌으며, 이 부분에 대한 변경이 이뤄진다면 재연장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사업자(RFKR)에 알렸다"고 말했다.
영종도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조성사업은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광저우푸리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초기엔 미국 카지노 전문기업 시저스그룹이 참여했는데, 지난해 1월 사업을 철회하면서 광저우푸리가 지분 100%를 보유하게 됐다. 광저우푸리 자회사인 RFKR은 3만8천㎡ 부지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특급호텔, 공연장, 컨벤션시설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