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싱 시술, 의사가 아닌 사람한테 받으면 불법입니다."

22일 오전 안양의 한 피어싱 가게에서 만난 A씨는 비의료인의 '피어싱 시술이 불법인지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A씨는 "문신과 달리 피어싱은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없어 불법인지 몰랐다"고 했다.

수원의 또 다른 피어싱 가게 역시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으며 "의료인은 아니지만 오랜 경력을 갖춘 이가 시술을 해준다"고 말했다.

의료인이 아닌 이의 피어싱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 의료법 조항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종사자 대부분은 비의료인의 피어싱 시술이 불법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인 중 피어싱 시술을 하는 이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무실해진 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실 반영하지 못하는 의료법
문신·반영구 등도 법으로 규정
모호한 경계… 제도 개선 목청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 국내에선 문신과 피어싱 시술도 '의료 행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의 피어싱 시술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피어싱 시술은 법이 규정한 '비의료인들' 사이에서 당연한 듯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대로 의료인 중에는 피어싱 시술을 병행하는 이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날 경기도 내 10곳의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피어싱 시술을 받을 수 있느냐'라고 문의했지만 시술을 하는 곳은 없었다. 일부는 "병원에서는 피어싱하는 사람이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발생하면서 "차라리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일반인 피어싱 시술을 면허제로 허용하고 있다.

강태언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문신, 반영구, 피어싱 등 모두 준비 없이 법 테두리 안에서 행위를 규정하다 보니 관련 업계가 불법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의료 범위를 넓게 규정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그 경계가 모호하고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료받을 권리, 선택할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보완돼야 한다. 다만 피어싱을 법 테두리 안에 어떻게 포함시킬지는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