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67주년(2017년) 기념일에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기념공원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참전 유엔군 전사자 호명식(呼名式)이다. 먼 나라 전장에서 장렬히 산화한 이국 병사들에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지켜낸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자는 취지다.
호주를 시작으로 21개 참전국 3천300명의 전사자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는데, 오전 7시에 시작돼 오후 7시에야 끝났다. 전사자들 출신국이 바뀔 때마다 해당국 깃발이 게양됐고, 국가가 연주됐다. 외신은 '경건한 분위기 속에 공원을 찾은 관광객들도 조용히 행사를 지켜봤다'고 전했다.
6·25 전쟁 영웅 고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97) 안장식이 지난 22일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거행됐다. 참전공원 '19인 동상'의 실제 모델로, 한국전 때 중부전선에서 수류탄에 맞아 오른쪽 팔다리를 잃었다. 관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함께 묻혔다. 고인은 전역 후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KWVMF) 회장을 맡아 한·미동맹 강화와 참전용사 지원사업에 진력했다. 미국 한국전참전용사기념재단이 주관한 호명식도 고인이 앞장서 성사됐다. 지난해 5월 완공된 '추모의 벽'은 마지막 유업(遺業)이 됐다. 준공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왼손 경례를 해 한·미 양국 국민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웨버 대령 운구 행렬은 한국전 기념공원에 들른 뒤 알링턴 국립묘지로 향했다. 추모의 벽 현장을 보고 싶다는 생전 유언을 받든 것이다.
"제복 입은 영웅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주 국가유공자들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유공자와 유족을 더 따뜻하게 살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모든 국민과 함께 예우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 유공자와 제복을 입은 공직자들을 위한 '제복의 영웅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 등지에서 '6·25 전쟁 72주년 추모제'가 열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6·25에 즈음한 분위기가 이전과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최빈국 전쟁에 지구촌 방위군이 나서 민주와 자유의 깃발을 지켜냈다. 국군과 유엔군의 피로 물든 강을 건너 대한민국이 우뚝 섰다. 희생, 감사, 보국, 보훈은 늘 한 몸이어야 한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