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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의 촉으로 풀어보는 순방 이야기】

오늘은 '순방'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순방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나라나 지역을 돌아가며 방문하는 일로 돼 있으나 보통 대통령 또는 행정 수반 등 고위 인사의 일정을 보도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지요.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문으로 잡혔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첫 순방지는 미국이 대표적인데 이번에는 제 3국에서 한미 정상이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예정인 북대서양 조약기구, 즉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초대받아 참석하게 됩니다.

경인일보 기자도 27일부터 3박 5일간 동행하며 10여개 이상 국가 정상들과 환담하는 외교 장면을 생생하게 취재 보도할 예정입니다.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국제 조약 기구이지만 나토는 서유럽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북대서양 조약에 바탕을 둔 지역적 집단 안전 보장 기구입니다. 영문 NATO는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약자입니다.

본부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데 처음에는 군사 동맹으로 시작해 지금은 군사 문제를 넘어 재정, 경제, 방위 및 다양한 전략 동맹을 맺는 조직으로 30개국이 회원국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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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6ㆍ25전쟁 72주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격려의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2.6.24 /연합뉴스

이번에 우리나라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으로 초대돼, 윤 대통령이 참석하게 됐습니다.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으로 야기된 불확실한 국제 안보 정세와 또 인·태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등에 대해 폭넓은 정상외교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토 사이트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에 새로 도입할 전략 개념이 마련돼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우리도 여기에 몸을 싣는 것은 참석 의미에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 대통령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도 제시했지만, 첫째 나토 동맹 30개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자유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가치 연대를 강화한다고 했습니다. 회원 30개국이 우리나라와 전통적 우방국이고, 참석을 계기로 북한 북핵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설명하고 참석국의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의 전략적 대북 메시지가 더욱 공고하게 전달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포괄적 안보 기반 구축입니다. 나토는 과거 소련 붕괴 이후에 코소보 전쟁이나 9·11 테러 등을 거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에 연대하고 대테러 등을 포괄하는 안보협의체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정치 군사 이외에 경제, 인권과 같은 비군사적 측면도 고려해 안보 개념을 제고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는 신흥안보 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신흥 안보라는 게 사이버, 항공우주, 기후변화, 신흥기술, 해양안보 등의 분야의 새로운 위협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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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22.6.22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집단 방위가 아닌 포괄안보 협력을 나토와 함께 도도할 예정인데, 나토 대표부를 신설하는 내용은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가장 핵심 포인트는 경제 현안일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사정에 대해 '지금 마당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창문 틀이 흔들린다'는 표현까지 썼는데, 아마도 우리가 가장 관심을 가질 대목은 참가국들과의 양자 정상외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통령실은 한 10여개국 안팎으로 짤막짤막한 정상외교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며칠전 윤 대통령이 창원 원전 관련 기업을 방문해 과거 정권에서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맹비난 했는데, 원전이라든지, 반도체라든지 신재생 에너지, 방위산업 등 양자 외교가 펼쳐집니다.

양자 경제 현안을 집중 다루겠다는 것이지요. 한 방에 십 수개의 정상들을 만나 경제 세일즈 외교까지 벌이겠다고 작심하고, 지금 밑줄까지 치면서 '열공'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약만 잘 해주면 뭐든지 보겠다고 했다네요.

두 번째 만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처음 대변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그릴 한미일 정상회담도 백미가 될 것 습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

그러나 우리에겐 가장 걸림돌이 중국입니다. 나토가 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규정한 공식 문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를 위해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면 아무래도 중국으로선 위협을 받는 것이고,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아니라고 하지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 우리와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중국 포위를 위해 아시아와 나토 간 연합 전선을 구축하면서 '유럽연합(EU)과 인도-태평양 파트너'들 간 관계를 강화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 정부는 반중·반러 고착화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우리가 나토 회원국도 아니고, 이번에 채택될 새로운 전략 개념이 지금 반중·반러로 결정된 것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나토의 파트너 국가로서 초청받았고, 우리의 접근 방법 역시 전통적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현안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신흥기술에 대한 포괄적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주장입니다.

현재 폴란드, 체코, 덴마크, 네덜란드 이외에 유럽의 중요한 국가들과 조밀하게 사흘에 걸쳐 외교를 펼치는 데 성과로 이어질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구체적으로 네덜란드는 ASML이라는 반도체 장비회사와 세계 굴지의 넘버 1 장비 회사가 있습니다. 나토 회원국들이 첨단 기술 반도체, 소위 신기술과 관련해 공급망 측면에서 핵심적 위치를 점하고 있어 반도체 현안을 다룰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프랑스와 외교를 할 것으로 보이고, 신재생 관련해서는 독일과 글로벌 아젠다를 세팅할 수 있다는 판단을 정책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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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2.6.24 /연합뉴스


오늘도 윤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나토에서 다양한 수출 관련 얘기를 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에도 열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며칠전 한덕수 총리와 박형준 부산 시장, 최태원 SK 회장이 프랑스로 건너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고 하는 데 좋은 반응을 받았다는 현지 소식입니다. 기업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PT를 잘해 좋은 평판을 받았지만, 상대국이 약했다는 반응이었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다 모이니, 교류협력을 통해 우리의 국익을 챙겨 보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입니다.

한국과 나토 간 관계도 강화 전망

먼저 나토와 아시아 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동맹·파트너들과 힘을 합치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위협을 동시에 대응하고 유럽·아시아의 동맹 · 우방을 모아 연합 전선을 구축한다는 미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나토 대표부를 만들기로 확정했습니다.

벨기에 EU 대사가 나토 대사 역할을 겸임시켜 나토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안을 실시간 공유하고 유럽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현장 사무소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좀 때 늦은 감이 있다'고 했는데, 현재 나토 회원국 30개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나토 파트너국 45개국 중 40개국이 나토 대표부를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해 5개국만 갖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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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6일 오후 고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를 예방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2022.6.16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발걸음도 주목

마지막으로 이번 나토 방문에서도 김건희 여사의 발걸음이 새로운 관심을 불러 올 것 같습니다.


나토 정상회의에는 공식적인 배우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는데, 아마 우리나라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출발 직전에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언급할 것 같은데, 또다시 의상은 무엇을 입고 오고, 누구를 만나는지 많은 언론에서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동행하게 되면 대통령 전용기를 같이 타게 되는 데, 전용기 가장 앞칸에 마련되는 대통령실에 탑승하게 되지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행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걸린다는 데, 비행 중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기자들의 좌석을 한 바퀴 돌아볼지도 관심입니다.

이외에도 대통령 순방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많은데, 보통 사람, 대통령 시대를 열어가는 윤 대통령의 첫 순방에서는 어떤 얘기 거리가 생산될지 초미의 관심입니다. 기자는 이번 첫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며 이러저러한 뒷얘기를 취재할 예정입니다. 사고 없는 순방,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귀국하는 순방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