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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나이지리아에서 비극적인 참사가 발생했다. 한 폴로 클럽에서 열린 무료급식 자선행사에 굶주린 인파가 운집했다. 클럽 정문이 열리자 좁은 문으로 한꺼번에 사람이 쏠리면서 3명이 압사했다. 어린이가 대부분이었고 임신부도 있었다.

굶주림은 모든 생명에게 가장 절박한 위기이다. 장발장의 비극도 조카에게 먹일 빵 한 덩이를 훔친 데서 시작됐다. 배를 곯는 사람은 인간적인 품위를 유지할 수 없다. 아프리카 기아 난민들이 죽 한 그릇 앞에 목숨 걸고 줄을 서는 것도 수치심보다는 생존이 먼저라서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전세계 인구를 7억2천만~8억1천100만명 사이로 추정했다. 중간치인 7억6천800만명은 지난해 대비 1억1천800만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가 식량부족 현상을 악화시킨 탓이라 분석했다.

코로나19가 잦아들자마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세계 식량창고가 텅텅 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제가 초인플레이션으로 휘청이면서 가난한 나라와 사람 순서로 죽음의 문턱을 넘고 있다. 나이지리아 참사는 전지구적 대재앙의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

선진국 빈곤층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무료급식에 끼니를 의지하는 인구가 많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결식 아동을 위해 급식 바우처를 지급하고, 빈곤층 노인과 노숙자 등을 위해 급식을 지원한다. 그래도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민간단체들이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메우고 있다.

최근 전국의 무료급식소들이 고물가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단다. 코로나 기간에 운영을 중단했던 무료급식소들이 자선을 재개했지만 식자재 값이 폭등하고 후원금이 준 탓이다. 무료급식을 재개한 곳은 고기 반찬을 줄이고, 일부 단체는 급식 재개를 망설일 정도란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는 옛말은 그야말로 허튼 소리이다. 가난 구제도, 끼니 보장도 복지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끼니를 거르는 국민들을 먹이는데 시민단체의 조력을 받는 현실은 구멍 난 복지정책의 증거일 뿐이다. 가난한 사람도 밥 한 끼를 품위 있게 누리는 권리야말로 복지국가의 출발점이다. 불가피하게 시민단체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면 예산이라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