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12시 수원 광교신도시의 한 한정식집. 큰 식당 안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경기도의회에 이어 경기도청까지 광교신도시로 이전해오면서 '공무원 손님'들이 늘어나서다.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해제되면서 도청사를 중심으로 저녁 회식 수요도 증가해 인근 식당가에선 쾌재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청사 인근에 조성된 에듀타운에선 이 같은 '도청사 이전 특수'를 상대적으로 누리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초·중·고등학교를 구심점으로 학원 등 교육 관련 시설이 대거 몰려있어 주류 판매가 제한돼서다.
27일 경기도와 GH(경기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광교신도시 내 에듀타운에는 초·중·고등학교 3개가 밀집해있다. 강남에 버금가는 교육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주요 학교들을 구심점으로 신도시 내에 교육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면학 분위기에 입주자들의 선호도도 높다.
에듀타운 내 자연앤힐스테이트 아파트는 2009년 분양 당시 수도권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광교신도시와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을 에듀타운에 거주한다고 소개한 주민은 "노래방이며 유흥주점이 가까이 있는 게 일반적인 도시의 모습인데 여긴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강조했다.
교육환경보호구역 설정 '거리두기 해제·도청사 이전' 호재 체감 못해
저녁 회식 수요 증가로 쾌재 부르는 길하나 건너 인근 식당가와 대조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는 교육환경보호구역으로 설정된다. 해당 구역 내엔 각종 유흥시설은 들어올 수 없다.
이 때문에 에듀타운 내에선 주류 판매를 앞세우는 유흥시설이나 노래연습장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일반음식점에서 주류를 판매하는 것까지 법적으로 금지되진 않지만, 학교와 학원이 밀집한 에듀타운의 분위기상 회식 수요가 빗겨가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듀타운 내 자영업자들로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며 도청사 이전 등 올해 들어 광교 상권들에 닥친 호재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에듀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곳 특성상 에듀타운 내 음식점들은 주류 판매를 아예 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 상가들도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고 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어도 회식 등은 이곳에서 찾아보기가 어렵다. 도청이 이전해서 바로 길만 건너도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데, 여긴 다른 나라 얘기처럼 조용하다. 매출이 떨어지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