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에게 주로 이른 오후에 오가는 인사다. 점심나절에 별일 없는지 묻는 정도이지 진짜 밥을 먹었을지 궁금해서 건네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 인사가 가식적이지는 않다. '나는 당신이 무탈하길 원한다'는 친근함이 전제돼야 이런 말도 오간다.
비슷한 관습적 표현으로 "언제 밥 한번 해야지"가 있다. 이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일정을 잡으려 들면 상대방이 당황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호의 표시를 그냥 무시할 수는 없기에, 스마트폰 소통이 활발한 요즘은 "날짜 몇 개 주세요"정도가 모범답안처럼 사용된다.
밥을 소재로 한 이 같은 대화에서 한국인 대부분은 쌀밥을 연상한다. 한국인들에게 쌀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었다. 한때 부의 직접적인 척도였고,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앞둔 1980년대에는 국가 주권이었으며, 국민 개개인에게는 수천 년 전부터 정서적으로 깊이 작용해 왔다. 우리 일상의 수많은 갈등도 따져보면 밥그릇에서 시작된다.
없어서도 안 되고 빼앗겨서도 안 될 것으로 여겨지던 쌀밥이 풍족해도 너무 풍족해졌다. 쌀이 남아도는데 소비는 늘지 않는다. 식당가에서는 쌀밥이 메인요리의 사이드로 밀려난 광경이 적잖이 목격된다. 소비자들은 빵과 면 요리의 고급화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도 쌀 요리의 고급화는 어색해 한다.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운 묵직한 쌀 한 포대가 지금 라면값보다 형편없다. 농협 저장고마다 재고가 쌓이기 훨씬 전부터 쌀값은 쌌다. 고품질 쌀을 생산하고 싶어도 소비자가격에서 재배비용을 건지기 어려운 악순환 구조다. 쌀값 추락사태가 장기화하면 농사를 포기하는 농업인이 속출할 수밖에 없고, 우리 쌀을 못 먹는 날이 오지 말란 법 없다.
급격한 도시화와 가족구성의 변화, 대체 식품의 개발 등 쌀 소비 위축요인은 해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쌀값은 당연히 싸야 한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우선 절실하다.
/김우성 지역자치부(김포) 차장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