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필굿' 재고 있나요?"
지난 27일 밤 11시께 찾은 수원 인계동의 한 편의점. 다양한 맥주와 소주로 가득 찬 주류 냉장고엔 오비맥주의 발포주 '필굿 엑스트라'가 품절된 상태였다. 해당 제품은 1캔에 1천400원으로, 보통 2천500원에 판매되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했다. 심화되는 물가상승 속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발포주가 다시금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28일 국내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포주 시장 규모는 3천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9년(2천억원) 대비 8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맥주시장 규모가 2019년 5조원에서 지난해 4조5천억원으로 10% 가량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하다.
맥아 함량 10% 미만은 '기타 주류'
세율 30% 적용, 저렴한 가격 판매
발포주란 개념은 경기 침체 등 장기 불황을 겪던 일본에서 먼저 탄생했다. 원료 비중을 줄여 세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인 게 일본의 발포주다.
현재 국내에서도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는 주세법상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주세법상 기타 주류의 세율은 30%다. 맥주·소주에 부과되는 주세(72%)보다 낮다. 편의점 등에서 1캔당 1천400~1천600원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다.
맥주와 맛이 유사하다는 점도 셀링 포인트다.
직장인 A(28)씨는 "맥주랑 맛은 똑같은데, 뒷맛이 깔끔해서 좋아한다. 가격도 싸서 종종 산다"고 말했다. B(31)씨는 "혼술을 좋아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데, 요즘은 보통 맥주 4캔에 1만1천원을 하다보니 저렴한 제품에 손이 가는 게 현실"이라며 "먹다 보면 맛도 별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업계 신제품 출시 잇따라
롯데주류는 리큐르로 다양성 검토
경제침체와 발포주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주류회사에서도 발포주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 국내 맥주업계 '톱3' 중 롯데주류만이 발포주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국내 1위 와인 수입사 신세계L&B는 지난 3월 '레츠'를 선보이며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필굿'라인을 보유 중인 오비맥주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2020년 본격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게 발포주"라며 "프리미엄 발포주 'OMG'를 7월 초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포주 시장 진출 관련 롯데주류 관계자는 "발포주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순하리 레몬진' 등 기존 주종과 차별화된 기타주류(리큐르)로 다양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