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사랑해주신 인천시민 여러분이 있기에 제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
인천시립극단 단원으로 지난 22일 정년 퇴직한 배우 이범우(60)가 인천시민에게 드리는 정년퇴직 인사다.
이범우는 "퇴직을 앞두고 돌이켜보니 관객이 있기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신들이 있어 너무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행복하게 인천시립극단에서의 연극 인생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저의 감사의 말을 시민들께, 경인일보 독자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술가에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 경험"
1995년 공채 입단이후 120여 작품 활동
그는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 연극 '다스 오케스터'의 '선전장관' 역할로 퇴직 직전까지 무대에 섰다. 공연기간 기회가 된다면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무대에서 인사를 전할 적당한 기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무명배우'의 퇴직이 뭐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그냥 왜인지 그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들어 "퇴직하니 어떻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그럴 때마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완벽하게 좋은 기분"이라고 답한다고 했다.
퇴직이라는 큰 '사건'을 앞두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아 내가 행복하게 생활했구나. 또 마지막까지 좋은 작품, 좋은 배역으로 무대에 섰구나. 완벽하고 너무 개운하고, 기쁘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든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그는 '정년퇴직'에 대해서는 "내가 참 별 걸 다 경험해보는구나. 이것 역시 행복한 일"이라며 웃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예술가에게는 '죽음'이 정년퇴직이다. '정년퇴직'이라는 말은 예술가에게 어울리지 않는데, 그래서 공립 예술단 소속으로 활동한 사람들만 경험할 수 있다.
30년 넘는 이범우의 연기 인생을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인 1995년 공채를 통해 인천시립극단에 입단했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에 인천으로 유학 올라와 지금까지 인천에서 살았다.
1982년 서울예전에 입학해 연극을 배웠고 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있던 극단 '부활'에서 연극 인생을 시작했다.
시립극단 입단 전인 1990년대 초에는 배가 고파서 '북 치고, 장구 치고'라는 엿장수가 주인공인 모노드라마로 인천 돌체소극장과 희망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을 돌며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을 비판하는 엿장수 역할로 시민과 만났다.
인천시립극단에 들어온 뒤에는 120여 작품을 선보였다. 그 중 파우스트, 거대한 뿌리, 심청왕후, 열하일기만보 등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누구의 시(詩)처럼 그냥 소풍와서 잘 놀다 가는 것 같아요. 걸판지게 놀다 갑니다. 27년동안 누가 잘 깔아둔 멍석 위에서 한 판 멋지게 놀다 가네요."
앞으로 시민과 연극으로 계속 만날 생각
유튜버 등 하고 싶은게 참 많아서 고민
그는 정년퇴직 이후의 삶이 너무 기대된다고 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흥분됩니다. 계속 인천시민들하고 만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의 답입니다. 실제 시민들하고 연극으로 계속 만날 생각입니다. 학생들도 만나고, 경력단절여성도 만나고 그동안 고민해왔던 것들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계획입니다. 유튜버도 해보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게 참 많아서 고민입니다. 아직 철이 안 들었나봅니다.(웃음)"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