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영상물 삭제를 원하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계속 소지하는 행위, 해외서버 또는 개인 사이에서 유통되는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 등에 촉구했다.

인천디지털성범죄예방대응센터(이하 센터)가 29일 오후 3시께 인천 부평구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개소 1주년을 기념해 주최한 포럼에서다.

이날 '삭제되지 않는 N번방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한계 너머'라는 이름으로 열린 포럼에서는 김주희 덕성여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센터 류혜진 팀장, 김경아 인천시 여성정책과장, 백소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등이 주제 발표를 했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과 정책에 여전히 문제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참석자들은 유포와 유포 협박 등 2차 가해 우려가 있는 '영상물 비동의 소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비동의 소지는 영상물 삭제를 원하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영상물을 소지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현재는 이런 영상물 삭제를 강제할 만한 법률이 없는 상태다.

백소윤 변호사는 "상대방의 삭제 요청을 거부하면 처벌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서버 또는 개인 사이(SNS 등)에서 공유돼 적발이 어려운 불법 촬영물(3월22일자 1면 보도=[n번방 사건 2년, 여전히 불안하다·(中)] 내 영상·사진이 돌아다닌다)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외국에서 운영되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 영상물 삭제 요청이 어렵다. 개인 간 공유되는 영상물은 피해 당사자 등의 신고가 없으면 적발할 수 없다.

센터 류혜진 팀장은 "개인 간 혹은 해외 서버에서 유포된 영상물 대부분은 삭제나 적발이 쉽지 않다"며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법률 상담과 피해회복 프로그램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문을 연 지난해 6월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162명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1천907차례 상담을 진행했다. 또 약 40만건의 디지털 촬영물을 모니터링해 4천17건의 영상물 삭제를 지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