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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이창식 지음. 신원커뮤니케이션 펴냄. 41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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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記者)의 말뜻을 풀이하면 기록하는 사람, 쓰는 자다. 하루의 기록인 일간지 신문 여러 날 치가 모이면 한 달 기록, 일 년 기록이 되고 이것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종이가 사라지는 시대에도 일간신문을 발행하는 까닭도 기자가 기록하는 직업이라는 사실, 신문이 역사가 된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창식 경인일보 前 편집국장 지역 관점
牛시장 연원·'수원기자단' 결성 등 기술
1945년 대중일보 '독립언론 시작' 기록 가치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 저자 이창식(사진)씨는 기자다. 1930년 평양에서 출생해 한국전쟁 때 한국으로 내려왔고, 전란의 기운이 가시지 않았던 1953년 인천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는 또 1969년 경인일보(당시 인천신문)가 인천을 떠나 수원의 옛 단추공장을 임대해 본사를 옮길 때 편집국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저자와 수원과의 만남이 신문사 이전이라는 계기로 탄생한 셈이다. 서울을 중심에 두고 역사를 전개해 나가는 일반 관점과 달리 저자는 수원을 중심으로 되짚어 역사를 기술하는 향토사에 천착한다. 물고을(水原)이란 수원을 말하는 것으로 책은 수원 역사의 명과 암을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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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우시장은 조선시대 때 3대 우시장으로 꼽혔다. /책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 캡처

책은 수원 시장(市場) 특히 우시장(가축시장)의 연원과 발전상을 따라 조선시대부터 일제 치하까지를 훑는다. 김포쌀과 함께 상급쌀로 분류된 여주쌀을 수탈한 수여선, 수인선 개통으로 서해안과 연결된 것, 수원 지역 반일 활동과 권번(일제 강점기 기생 조합)-수원기생과 같이 다양한 지역 주제의 향토사가 기술돼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수원기자단' 부분이다. 인천을 수부로 했던 경기도에서 최초로 발행한 민간 신문이 1890년 인천에서 선보인 '인천경성격주상보'로 일본인이 발행인을 맡았다. 지역사의 '그늘'인 것이다.

1908년 수원신문이 지역신문으로 등장했고 일제 강점기 조선, 동아일보 등이 수원에 지국을 설치하기도 했다. 수원 기자들은 1925년 수원기자단을 결성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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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신문기자단' 창립총회를 마치고 찍은 기념사진. /책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 캡처

서울 발행 신문의 지국·지사가 아닌 독립 언론의 시작이 1945년 대중일보라는 점도 서술돼 있다. 이후 1960년 인천신문의 수원 이전을 계기로 시작된 경기도 언론의 시대, 1970년대 언론 통폐합과 1980년대 수많은 지역 언론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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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팔달문 거리. /책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 캡처

이 책은 저자의 42번째 저서다. 이창식씨는 "수원을 주제로, 향토사를 중심에 놓고 이처럼 많은 책을 쓴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고을의 양지와 그늘'은 이야기로서의 가치보다 기록으로서 보다 큰 가치를 지닌 기록물이다. 무엇보다 한 시대를 관통해 온 기자가 남긴 어떤 의미의 '기사'이기도 하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