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 판교에 소재한 HP프린팅코리아(이하 HPPK)가 일부 노동자를 상대로 휴업명령을 내려 논란(2월17일자 7면 보도=HP프린팅코리아 'HPPK' 일부직원 휴업명령… "인위적 구조조정" 반발)인 가운데 노조가 제기한 휴업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휴업명령 조치는 본안 소송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부장판사·송경근)는 지난 28일 HPPK 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휴업명령 효력 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휴업명령을 통보받았던 HPPK 노동조합 조합원 11명은 7월 초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노조는 지난 1월 사측이 개발검증팀 소속 노동자들에게 통보한 휴업명령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부당함을 주장해왔다. 사측은 일시적인 유급 휴직을 제공한 것뿐이라며 휴업명령 대상자들에게 타 부서로 옮겨갈 수 기회를 제공했다고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노조 제기 가처분 신청 인용
"인력 조정할 정도의 경영난 아냐"
재판부는 "휴업명령은 정당한 인사권 범위를 벗어나 근로기준법에 위배 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해 무효로 봐야 할 개연성이 상당히 높으므로 효력 정지를 구하는 채권자들(노조)의 신청은 보전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채무자(HPPK)는 코로나19 여파로 프린터 개발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있어 채무자도 인력과 조직 체계를 재정비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나 내부 감사 보고서에 나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액 및 당기 순이익 변동 상황에 비춰볼 때 휴업명령 당시 즉각적인 인력 조정이 필요한 정도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채무자 회사 규모와 소속 직원 수 등을 고려할 때 개발검증팀 외주화를 위해 6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휴업 명령을 내리는 것이 경영상 불가피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당 부서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식과 외부업체에 맡기는 방식을 번갈아 사용해온 것은 단지 업무 효율과 비용을 고려한 경영상 선택 문제로 보인다"며 "주로 업무 평가에서 하위 등급을 받은 대상자들을 개발검증팀에 재배치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부서 업무를 외주화하며 부서원 전체에 대해 휴직명령을 한 것은 사실상 업무평가에 따른 불이익 처분으로 볼 여지도 상당하다"고 했다.
이번 판결을 접한 노조는 환영 입장을 전했다. 김재우 HPPK 노조 위원장은 "인력 구조를 둘러싼 노사 간 법적 다툼은 처음"이라며 "이번 사례가 하나의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측은 법원 판단에 따라 적법한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HPPK 관계자는 "판결 송달 시기를 기점으로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할 예정"이라면서 "이미 이들의 업무가 외주에 맡겨져 있는 만큼 업무 배치 등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