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라는 도시의 '무늬'들, 아는 만큼 보입니다."
용인문화예술원에서 진행되는 클래식 공연 '정오의 음악 산책-또 다른 세상의 창 베네치아'의 진행을 맡은 김이곤 예술감독은 활자를 벗어난 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책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 역사, 나아가 여행도 얼마든지 인문학 공부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인문학이란 자신과 다른 사람, 사물, 작품 등에서 새로운 '무늬'를 발견하는 것"이라며 "세계적 관광 명소인 베네치아를 통해서도 드러나 있거나, 숨겨진 '무늬'들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3일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 12월까지, 매월 3주차 수요일에 한 차례씩 열리는 클래식 공연의 진행을 맡은 김 감독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독일의 도나우강 등을 주제로 '명소 인문학'을 이끌어온 바 있다.
이번 공연은 베네치아의 역사와 문학, 미술, 음악 등을 총망라한 인문학 콘서트로서, 세련된 음색과 화음으로 사랑받는 '쏠리스트 앙상블'이 비발디의 '사계' 연주로 공연을 한층 다채롭게 채울 전망이다.
매월 3주차 수요일 클래식 공연
훈족 침입에 쫓겨나 생긴 베네치아
비발디 '사계'로 역사적 흐름 짚어
김 감독이 베네치아에서 찾은 '무늬'는 무엇일까. 그는 "베네치아의 '리알토 다리'를 둘러싼 역사, 문학적 이야기 등을 알고 찾았을 땐 완전히 다른 여행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리알토 다리는 물의 도시이자 과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인 베네치아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베네치아의 '무늬'는 리알토 다리뿐이 아니다. 베네치아가 훈족의 침입에 쫓겨난 사람들이 모인 도시란 역사적 배경도 짚는다.
베네치아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도시인 만큼,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점을 찍는 것도 비발디의 대표곡 '사계'다. '봄'에서 시작하는 통상의 '사계' 공연과 달리 이번 공연은 '겨울'로 문을 연다. 황폐한 베네치아의 초기 모습을 모티브로 한 '겨울'의 2·3악장을 시작으로 베네치아의 역사 흐름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다.
그 뒤를 화려해진 도시를 짐작하게 하는 '봄' 1·2악장, '여름' 2·3악장, '가을' 1·3악장이 차례로 공연장을 채운다.
김 감독은 "베네치아 현지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고, 이번 공연에서도 결코 빠질 수 없는 곡이 '사계'"라며 "공연 해설과 계절별로 바뀌는 곡의 흐름을 엮어 듣는다면 더 의미 있는 공연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