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술을 좋아하는 풍운의 정치부 기자가 전하는 순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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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의 첫 순방 일정을 마치고 1일 서울 공항에 귀국했습니다. 기자도 29·30일 연달아 열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취재를 위해 동행했습니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들과의 윤 대통령 외교 일정은 총 16건이었습니다. 연쇄적으로 정상외교가 돌아갔지만, 윤 대통령은 그렇게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귀국길 기내에서 '피곤하지 않으냐'고 하니, "기자분들의 응원으로 잘 마무리했다"고 말하더군요. 어느 날 아침엔 부인과 함께 산책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하고, 때론 김 여사가 입고 있는 의상과 표정, 세계 정상들의 부인과 대화하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하고, 옷은 바꿔 입어도 태극기 배지는 항상 달고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경인일보는 지면과 인터넷을 이용해 건 건 마다 실시간 기사화하고, 특징을 소개했지요.

사실 이번 순방은 윤 대통령으로선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이후 첫 해외 방문이자,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이었습니다. 취임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그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가면서 한국에 먼저 들러 1박 2일 회담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역시 이번 외국 방문은 처음입니다.

오늘 [정의종의 정치 인사이드]는 지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첫 해외순방의 의미와 성과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핵심 의제는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선 최초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이고, 때맞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4년 9개월 만에 열리는 의미가 사실상 주요 키워드였습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경제외교'라는 세일즈를 붙여 미국, 중국에 이어 유럽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접근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고, 실제 성과도 있었다고 합니다. 원전과 방산 수출에 대해 길을 틔웠고, 이제 그 시작이라고 이번 방문단은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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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2022.6.29. /마드리드=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담의 경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고도화되는 북한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삼각편대의 복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 언급하겠습니다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경우 5년 만에 북핵에 대해 함께 대응하는 연대 복원을 이뤘습니다.

북핵 대응을 위해 상당기간 동안 중단되었던 군사적인 안보협력, 이런 부분들을 다시 재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재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론에 합치를 봤다"며 "더 디테일하고 세부적인 것은 이제 각국의 외교부 장관과 국방장관 또 안보 관계자들의 이어지는 논의에 의해서 더 진전되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더군요.

한일, 즉 일본과의 단독 회담은 일본의 총선 시기가 다가오고 있어 무산됐지만, 기시다 총리와의 5차례 대면을 통해 관계복원 의지를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도 기시다 총리와 서로 얼굴을 보며 만나 보니 믿음이 있었든지, 양국 관계 복원에 상당히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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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앞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022.6.29. /마드리드=연합뉴스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가치도 강조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귀국길에 기자들에게 "한국 대통령으로서, 우리가 2006년부터 나토에 파트너 국가가 됐지만, 나토 정상회의에는 처음 참가하게 되었다"며 "이번 다자회의에서 참석한 국가의 정상들과 다양한 양국의 현안도 논의하고 이번 순방이 유익한 기회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나토 정상들은 북핵 문제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윤 대통령이 직접 전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더 강경한 대응과 관리의 엄중함을 일깨워 준 사례라고 보입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일본의 정치적 문제, 즉 이번 달 열리는 총선 문제로 부담이 있어 서로 '간'만 보는 상황이 됐지만, 대화의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보입니다.

정치 입문 1년 된 윤 대통령이 첫 순방을 통해 세계 무대에 '머리를 올린 것(?)'도 큰 수확입니다.
검사 출신으로 평생 법조계에서 잔뼈가 굵은 강직한 검사 출신인 그가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국제적 규범과 질서를 강조해 각 정상의 머리에 뚜렷하게 각인시켰습니다.

그가 나토 참가 자체가 중국을 자극하고,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에도 "국제사회가 지속할 수 있게 발전하고 유지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통의 가치관, 또 이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해 나가는 규범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그 규범에 기반을 둔 질서가 존중 되어야 하지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어느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게 아니다"는 것이지요. 그는 "국내에서든, 국제 관계에서든 우리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 규범이 있는 것이고, 그런 정신을 가지고 국제 문제나 국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일갈합니다.

중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제사회가 지속할 수 있게 발전하고 유지되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공통의 가치관을 설정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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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호주 정상회담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22.6.28. /마드리드=연합뉴스

이번 순방에서는 연쇄적인 양자·다자 회담을 통해 국가별 맞춤형 '세일즈 외교'가 부각됐습니다. 특히 중국을 포기해서라도 새로운 신흥시장으로 부상하는 유럽을 잡아야 한다는 지략이 깔린 듯합니다.

호주와는 그린 수소 및 북핵 공조를 공고히 하면서 정상 간 세일즈 외교를 했습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공급망을 잡았고, 프랑스와는 원전기술 및 우주산업이 부상하는 듯합니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이 불안하고 침체기인데도, 원전과 방산 관련주는 상대적으로 호재를 맞고 있습니다.

폴란드와는 인프라(신공항) 및 원자력·방위산업, 덴마크와는 기후변화·재생에너지 이슈가 핵심입니다.

순방 기간 입고 나온 옷은 달라도 한결같이 태극기 배지를 달고 다녔던 김 여사의 일정도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스페인 왕실이 주관한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여해, 미국을 비롯한 16개국 정상 배우자와 얼굴을 익혔습니다.

함께 산 일데폰소 궁과 인근 왕립 유리공장, 소피아 왕비 국립미술관 등에서도 얼마 전 까지 전시회 주관사로 활약한 이력을 과시했다고 했습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가 주관한 환영 갈라 만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해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 조 바이든 대통령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와 처음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특히 레티시아 왕비와는 같은 나이로 화제가 돼 언론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