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서 정보 공유 서비스 '에브리타임'으로 중심을 옮겼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오프라인을 앞지르면서 일각에선 익명으로 운영되는 온라인 대학사회가 '온라인 혐오 문화'를 방치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 변화
소속학교 인증… 활용도 높아 인기
대학 시간표와 강의평가 정리 서비스로 시작한 에브리타임은 400여 대학이 등록된 거대 온라인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대학별 대나무숲보다 에브리타임의 활용도가 더 높을 정도다.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장 최호영(25)씨는 "거의 모든 학내 이슈를 에브리타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회도 에브리타임 내 공식 게시판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결은 '소속 인증'과 '익명' 기능이다. 경희대학교 학보사 편집장 김경민(25)씨는 "페이스북은 이름과 사진이 드러나는 열린 공간이지만, 에브리타임은 소속 대학이 인증된 사람만 이용할 수 있고 익명 활동이 가능해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취준생 게시판', '중고거래 게시판', 심지어 '소개팅 게시판'처럼 다양한 게시판이 활성화돼 있다.
혐오표현 남발… 목숨 잃는 사고도
피해 방지 안하는 대학사회도 문제
그러나 익명성에 기댄 혐오표현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10월 우울증을 겪던 한 대학생은 에브리타임에서 악성 댓글로 고통받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심적 위안을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에 수차례 글을 올렸지만 일부 이용자들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등의 악성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올바른 공론장 역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최근 연세대학교 재학생 3명이 교내 청소노동자 시위 문제를 두고 수업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에브리타임에선 이들을 옹호하고 노동자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어났다.
이에 나윤경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에브리타임은 대학 내 혐오 발화의 온상이자 일부의, 그렇지만 매우 강력하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표를 자처하는 청년들의 공간"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에브리타임 운영진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왔다. 지속적으로 대학 내 온라인 혐오표현 문제를 지적해온 청년참여연대 이현주 사무국장은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했을 때도 아무런 조치도 응답도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로 홈페이지에 규약을 올려놓은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이 규약은 공식 홈페이지 맨 하단 버튼을 눌러야만 읽을 수 있으며 운영진의 연락처나 사무실 주소는 확인할 수 없다.
대학 차원의 노력이 부재한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이씨는 "50개 가량 대학에 유사 피해와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었지만 거의 응답이 없었다. 비극을 예방하려면 학내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