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야외무대에서는 풍물 한바탕이 펼쳐졌다. 인천의 '풍물패 더늠'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인천풍물대동굿한마당 '살어리! 해방세상 살어리'가 열린 것이다.
이제 30세 이립(而立)에 접어든 풍물패 더늠의 성창훈(49) 대표를 마지막 대동놀이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는 국악기를 내려 두고 조연출로 이번 공연을 준비했는데, 일손이 부족해 길쌈놀이 때 쓰는 장대를 붙들고 있느라 땀범벅이 된 상태였다.
성 대표는 "이렇게 많은 풍물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관객과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 얼마 만에 있는 일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더운 날 흥겹게 즐기시는 분들을 보니 말할 수 없이 기쁘고 지난 30년의 활동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성 대표는 "20주년 공연을 열고 성년이 됐음을 알린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30주년을 맞아 원숙기에 접어들게 됐다"면서 "지난 활동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된 것 같아 부담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중·노동자를 위한 공간으로 출발…
정체성 유지·방향성 고민 더 많이 할것"
더늠은 지난 1992년 창단했다. 부평구청 인근의 인천 북구도서관 앞 건물 지하 연습실에 자리를 잡은 '노동자 풍물공간 더늠'이 시작이었다.
인천 민중문화예술운동을 주도한 범시민 조직인 인천민중문화예술운동연합(인문연) 해체를 앞두고 인문협 풍물분과 구성원을 주축으로 노동자, 전문예술인, 대학생 등이 모여 출발했다. 1995년에는 '노동자풍물패 더늠'으로, 1998년 지금의 이름인 '풍물패 더늠'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성 대표는 "솔직히 처음 더늠이 출발했을 때는 30주년 행사까지 치르게 될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더늠을 이끌며 헌신한 수많은 회원 여러분과 여러 대표님, 상근자들의 노력과 더늠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후원하고 응원해주신 여러분 덕에 오늘이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더늠의 30주년 기념 공연에 함께한 팀들을 보면 30년간 쌓아온 더늠의 영향력과 존재감을 알 수 있다. 큰 무대에서 단독으로 무대를 꾸며도 될 만한 팀들이 모두 함께 무대에 섰다.
전문예술인은 물론 교사, 현장노동자, 청년들로 구성된 풍물팀 등 더늠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풍물을 지켜온 20여 팀이 전국 각지에서 한달음에 찾아와 함께 어우러졌다. 성 대표는 "너무너무 감사하고 두고두고 보답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제 풍물패 더늠에는 지난 30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성 대표는 "힘없는 민중과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출발한 더늠의 정체성은 우리가 계속 가지고 가야 한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영역도 세분화하고 있고 문화계 지형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형식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면서 "전문예술단체이자, 생활문화터전이면서 네트워크 조직으로서 더늠에 주어지는 다양한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고민하고 모두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