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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 作 '벨벳제스쳐 1-3'(왼쪽), 박윤주 作 '룬트마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온라인·디지털 세상은 분명 존재하는 또 다른 현실이다. 무엇이든 가능한 무한한 공간은 다양한 감정과 욕구 등이 표출된다.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이러한 온라인에서의 삶이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8명의 작가가 추구하는 욕망을 비디오 게임, 오브제, 모션 그래픽 등 28점의 다양한 작품으로 보여준다.

비디오게임·오브제·모션그래픽 등
온라인 친숙 작가 8인, 다양한 표현


'스스로 종교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김한샘 작가는 중세시대의 서사나 모험담을 소재로 한 조각과 비디오게임 형식의 작품을 선보였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작가만의 독특한 해석과 상상력이 더해져 과거 신성시됐던 영웅들의 모험담이 현실에선 다르게 비치는 흥미로운 지점을 이끌어낸다.

최지원 작가의 작품은 도자 인형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 낸 회화다. 도자 재질의 인형은 매끄럽고 화려하며 빛을 머금고 있다.

최 작가는 "세상을 관찰할 때 표피를 본다는 생각을 하며 이를 회화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견고해 보이지만 자칫 깨지기 쉬운 대상인 도자 인형은 아름다우면서도 긴장감을 주며, 작가는 이러한 양가적인 지점을 작품에 녹였다.

박윤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룬트마할'을 공개했다. 작가는 사람들이 갖는 환상적인 집, 건물에 대한 욕망을 가상건축으로 풀어내기 위해 건축가와 협업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가상의 건축물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는,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설계돼 현실감을 더한다.

박 작가가 설정한 디지털의 세상은 사후세계이다. 작품에서 나타나는 오브제들이 어떤 생동감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는 박 작가의 이번 작품은 무덤의 내부를 삼차원 구조로 구현했다. 작품을 보고 있으면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축에 대한 욕망 풀어낸 '룬트마할'
비인간과 공존 다룬 'KIN거운 생활'


안가영 작가의 작품 'KIN거운 생활: 쉘터에서'는 가상세계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해 다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2분이 하루인 이 게임은 그곳에서 소외된 종인 메이, 준, 줄라이가 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안식처가 나오며, 관람객이 직접 게임에 참여해 명령을 내리고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다.

이들이 보는 시선과 관계를 다룬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존재들'이라는 작품은 일종의 관찰 영상이다.

각자의 상처를 가진 이들이 쉘터에 입주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지만, 결국 그러한 관계는 영원하지 못했다. 친족의 형태가 될지 아니면 다시 등을 돌릴 것인지 갈림길에서 서로가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 마지막 안식처에서도 안식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현재와 가상을 넘나들며 우리가 접하는 디지털의 세계가 과연 찬란한 순간이 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이번 전시는 10월 30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