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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80년대 중·고생들은 책가방을 손에 들고 등·하교했다. 서양에서 유래한 스쿨백(School bag)이다. 용량이 적은 데다 한쪽 팔에 의존하면서 장점보다 단점이 많았다. 한 손에 책가방을 들고 다른 손에 도시락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이 많았다. 도시락에, 책과 참고서를 잔뜩 집어넣어야 하는 고교생들이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는 일은 늘 고역이었다.

90년대 이후 백팩이 유행하면서 손가방을 대신했다. 어깨나 등에 메니 힘이 분산돼 무게감이 덜하고 훨씬 편하다. 크기도 다양하고 뒤로, 옆으로, 앞으로도 멜 수 있다. 가성비와 실용성에서 비교불가한 경쟁력을 지녔다. 대학생과 20·30대에 이어 나이 지긋한 직장인들도 백팩 대열에 합세했다.

백팩하면 연상되는 대표 셀럽은 조국 전 법무장관일 게다. 장관에 내정되자 가방을 둘러메고 국회 청문회장과 기자회견장을 오가며 외부활동에 나섰다. 때론 텀블러 잔으로 한쪽 손의 허전함을 메웠다. 단정한 정장 차림에 백팩을 멘 모습은 세련된 중년 남성이란 인상에, 젊은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세월의 흔적이 밴 그의 가방 브랜드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주 노타이에 백팩을 메고 광교 신청사로 첫 출근을 했다. 흰색 와이셔츠, 검은색 정장, 왼쪽 어깨에 가방을 멘 차림새다. 틀에 박힌 격식을 벗어던진 중년의 편안하고 소탈한 이미지가 그려진다.

김 지사는 2017년 경제부총리로서 처음 출근할 때도 같은 차림이었다고 한다. 후보 시절엔 구두 대신 남색 운동화를 신거나 정장 바지 대신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한쪽 어깨엔 백팩을 메 소탈하고 수수한 면모를 강조했다는 평가다. 실제 김 지사는 겸손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성장기에 힘들고 가난했던 환경이 인격 형성에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주변에선 "적어도 '꼰대'란 말은 듣지 않을 것"이라 한다.

조국 전 장관은 취임 35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비리, 증거 인멸 혐의가 발목을 잡았다. 보수진영의 위선을 고발하고 상식과 공정을 외쳤으나 비상식과 불공정의 덫에 갇혔다. 그의 백팩엔 위선과 가식이 가득했다는 말이 돌았다. 김 지사가 가방을 메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의 등짐엔 뭐가 담겼을까.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