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는 물가가 이렇게 치솟은 와중에 이 정도 올리는 것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이고, 사용자는 안 그래도 원자재가 상승에 각종 부담이 커졌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결정된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건만 상대를 겨냥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160원인 지금도 시급 2천원은 더 줘야 아르바이트생 채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아르바이트생들도 적어도 1만원 이상은 받아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포기한 채 업주 홀로 가게나 회사를 지키거나 키오스크 등을 설치해 무인화로 전환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상승을 바라면서도 막상 인상 소식에 노동자들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주도,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힘든 요즘이다. 감히 어느 쪽의 사정이 더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늘 '을과 을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런 모습이 심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을 넘어, 전쟁이라는 최최악의 사태 끝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내후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을들이 다투지 않길 바란다.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