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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 시간당 9천620원으로 정해졌다. 어쨌든 결정은 됐는데 노동자도, 사용자도 불만이다. 당장 최저임금위원회에서마저 노동자위원도, 사용자위원도 모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민주노총은 지난 주말 최저임금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고, 편의점 가맹점주들도 실력행사를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는 물가가 이렇게 치솟은 와중에 이 정도 올리는 것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이고, 사용자는 안 그래도 원자재가 상승에 각종 부담이 커졌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이렇게 결정된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건만 상대를 겨냥하며 갈등의 골만 깊어진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160원인 지금도 시급 2천원은 더 줘야 아르바이트생 채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아르바이트생들도 적어도 1만원 이상은 받아야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해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예 아르바이트생 채용을 포기한 채 업주 홀로 가게나 회사를 지키거나 키오스크 등을 설치해 무인화로 전환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 수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저임금 상승을 바라면서도 막상 인상 소식에 노동자들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편의점 업주도,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대하기 힘든 요즘이다. 감히 어느 쪽의 사정이 더 낫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늘 '을과 을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올해는 유독 이런 모습이 심해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며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라는 최악을 넘어, 전쟁이라는 최최악의 사태 끝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내후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을들이 다투지 않길 바란다.

/강기정 경제산업부 차장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