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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사람도 다시보는 인천경제 이야기. 김하운 지음. 글누림 펴냄. 376쪽. 2020년 6월25일 출간
연구자를 생업으로 삼으면서 새삼 대한민국의 국력을 실감하는 때는 공공통계를 살펴볼 때다. 5년마다 전 국민이 참여하는 인구조사는 당연하고 기업·건설·복지·금융·물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통계가 매년 갱신되어 발표된다.

근래 들어서는 '빅데이터' 필요성에 맞추어, 보기 좋게 가공되기 전의 조사 원본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도 있게 해준다. 지역별 통계는 또 다른 디테일이 있어서, 예컨대 최근 지자체들의 사회통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에 대한 내용까지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까지 조사해 놓는다고 누가 이걸 볼까' 싶은 내용들을 매년 많은 예산으로 조사해 국민에게 공개하고, 분석 작업을 거쳐 행정에 반영하는 일은 대단히 많은 사람의 노고에 기반한다. 그래서 빼곡히 메워진 숫자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나라 공공영역의 능력을 새삼 깨닫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수히 제공되는 통계들을 능숙하게 읽어내는 일은 무척 어렵다. 하나의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늘 많은 통계를 겹겹이 읽어내야 한다. 숫자들을 무심히 지나치면 곧 부실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잘 모아놓은 통계들이라 할지라도 그 뜻을 잘못 읽으면 완전히 반대의 해석에 다다르는 실수를 낳는다. 그래서 초보 연구자에게 통계를 쉽게 '읽어주는 이'의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前 인천시 경제특보였던 저자
낯선 개념 용어 풀어주려 노력
구성 친철… 시각은 날카로워
인천의 아픈 곳 솔직히 드러내


이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인천 경제계에 있어 온 김하운(사단법인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이사장) 전 인천시 경제특보의 책은 인천의 숫자를 궁금해하지만 쉽게 의미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무척 소중한 '번역서'다.

저자는 무수한 통계와 숫자들을 익숙한 말로 읽어준다. 낯선 개념의 용어들을 풀어주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할애한다. 더 많은 인천사람에게 인천의 경제를 읽어주려는 목표가 명확하다.

저자는 크게 실물경제와 일자리, 금융 세 파트로 나누어 인천의 상품과 사람, 돈에 대하여 설명한다. 각 장은 궁금한 부분을 별개로 읽어도 될 성싶지만, 앞 장을 읽다가도 궁금해질 법한 부분을 다음 장에서 풀어주는 친절함이 있다.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고민의 해답일 것이다.

구성의 친절함과 다르게 저자가 인천의 경제를 보는 눈은 매섭다. 저자는 매 장에 걸쳐서 인천 경제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지자체의 장기적 안목이 결여된 산업구조, 낮은 부가가치와 생산성, '그런대로 잘사는 인천'과 대비되는 넉넉하지 못한 인천사람, 적은 소비와 많은 역외소비, 높은 주택담보대출 비율 등. 논의 시작부터 끝까지 저자는 인천 경제의 아픈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쉼 없이 읽어나가다 보면, 감각적으로 느껴졌던 인천 경제의 면모들이 명징한 숫자로 확인되면서 '이것이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되뇌게 된다. 그럼에도 저자에게는 불편한 마음을 가다듬으며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중략) 과제를 도출하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아직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을 찾지 못하거나 방향 제시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개선 방안이 나오더라도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교과서적이라는 한계를 갖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역시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수립해 나가는 과정이다.'(책 에필로그 中, 374쪽)

글로벌 경제, 일상 깊숙이 영향
지역경제 진단 시도는 '제한적'
자치 정책은 비관 이겨내야 해
더 넓은 거버넌스 지역민 고무


외국의 한 도시가 코로나19로 봉쇄되면 당장 우리나라의 각종 상품 생산이 지연된다. 최근에는 자동차 한 대를 구매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는 일상의 모세혈관 끝까지 퍼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지역경제'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권한과 예산, 인력 등 모든 면에서 지극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특히 지방자치단계의 경제정책은 끊임없이 비관과 무력감을 이겨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그럼에도 이 책을 계기 삼아서 더 넓은 거버넌스와 더 깊은 논의를 통해 그것을 해내자고 인천사람들을 고무하고 있다.

곧 지나간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대체로 숫자를 다룬 책은 오랜 수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책도 2020년 출간되었지만 주로 2010년대 초중반까지의 통계를 다룬다.

그럼에도 저자가 더 많은 논의의 출발을 기대하며 지역학 영역에서 이런 작업을 해내는 이유는 결국 이 도시에 대한 애착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낯선 개념과 복잡한 숫자들, 어려운 문제들을 굳이 눈에 넣으며 두 번 세 번 다시 펴보게 하는 이유도 그 마음이 함께 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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