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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낳은 무협작가 니쾅(倪匡, 1935~2022)이 지난 3일 별세했다. 니쾅은 '영웅문 3부작'으로 유명한 진융(金庸, 1924~2018) 등과 함께 무협물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SF를 남겼다. 그의 대표작은 '정무문'(1972)으로 무명의 액션 배우 이소룡을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대적 배경과 세계관으로 인해 무협소설, 무협지를 고전물로 오해하나 실상 무협소설은 현대문학이다. '사기'의 '열전' 등 무협을 소재로 한 이야기의 역사는 길지만, 오늘날 같은 무협소설의 장르문법이 완성된 것은 20세기 초엽이기 때문이다. 린수의 '부미사'(1915), 또는 필명을 평강불초생이라 칭한 샹카이란의 '강호기협전'(1923)을 최초의 무협소설로 꼽는다. 영화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는데, 1928년에 제작된 '불타는 홍련사'가 첫 번째 무협영화다.

무협영화를 반석에 올려놓은 이는 후진취앤(胡金銓, 1931~1967)과 장처(張徹, 1923~2002) 두 감독이다. 후진취앤은 경극 수준의 무협영화를 장르영화로 발전시킨 인물로 '대취협'(1966)과 '용문객잔'(1967) 등이 대표작이다. 장처는 하드코어 무협영화로 유명한데, 특히 '외팔이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장처의 선혈이 낭자한 피의 미학은 그의 문하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던 우위썬(吳宇森)으로 이어지는 바, '영웅본색'·'미션 임파서블 2'·'적벽대전' 등이 그의 주요 작품이다.

검 한 자루를 든 채 의리를 가슴에 품고 불의에 맞서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무협물은 통상 남성들의, 남성을 위한 남성 로망으로 독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사회적 부조리나 권력의 횡포에 대한 대중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주는 순기능과 함께 현실 문제의 허구적 해결이나, 주제나 서사구조의 천편일률성이란 한계도 있다.

매달 5~6%대를 찍는 고물가에, 전기와 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소식, 또 고유가에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정말 마음 둘 곳이 없다. 이게 끝이 아니고 가을쯤에 공공요금과 물가가 계속 또 오르고 또 오르는 '또또'의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럴 때 이소룡과 성룡이 나오는 니쾅의 옛날 고전 무협영화를 보거나 괜찮은 무협소설이라도 읽으면서 잠시 지친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싶다.

/조성면 객원논설위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