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교원단체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학교 측의 교권보호위원회 소집 외에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는 데다, 교권침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학급교체에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에 위기학생 관리, 학습권·교권침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경기교사노조에 따르면 수원의 한 초등학교 6학년 A군은 해당 학교로 전학 온 지 나흘만인 지난달 30일 학교 복도에서 친구와 싸움을 하다 이를 말린 여성 담임교사 B씨를 흉기로 위협했다. B씨가 연구실로 불러 타이르자 A군은 흥분한 상태에서 연구실 서랍에 있던 흉기를 꺼내 들고 B씨를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생, 최대 학급교체 불과 전망
교원단체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 촉구"

옆에 있던 다른 반 남성교사 C씨가 A군을 옆 회의실로 데려가 진정시켰으나, A군은 회의실 책상 유리를 손으로 내리쳐 깨뜨렸다.

이후 두 교사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교사노조에 도움을 요청하고, 학교 측에 교권침해 사실을 알렸다.

학교 측은 6일 A군에 대한 처분과 교사 보호조치 등을 결정하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그러나 교권침해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A군에 대한 처분은 학급교체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의무교육기간에는 퇴학이 불가하고, 강제 전학은 주로 성범죄일 경우 내려진다"며 "교권침해 정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가장 강한 조치는 학급교체로 보인다. 만약 학급교체 처분이 나오지 않는다면 학교장이 담임 교체를 하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교사노조·경기교총 등 교원단체는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교사노조는 5일 성명서를 통해 "이 사안은 교사뿐 아니라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다른 학생들에게도 큰 위험이 된 사건"이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들은 대책으로 치료형 대안교육 기관 확충, 문제행동 발생 시 교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 도교육청 위기지원센터·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전문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경기교사노조 관계자는 "현재 분노조절 장애 등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학생에 대한 관리는 전무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치료형 대안교육 기관을 더욱 확충하고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초등학생들을 위한 위탁교육 기관도 운영해야 한다"며 "학생의 문제행동이 발생할 경우 즉각 분리한 뒤 수업을 받게 하거나 문제행동이 심할 경우 학부모를 '방임'으로 고발조치까지 할 수 있는 미국 공립학교처럼 교사들이 보다 강력하게 문제행동을 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교육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 역시 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공동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은 교사의 실질적 교육·지도권이 무력화된 교실의 민낯이자, 무너진 학교의 모습"이라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및 국회는 일련의 사건을 단지 일부 학생의 일탈로만 치부하지 말고, 교권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기교총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교육활동 침해사건'과 '교사 상해·폭행 사건'이 각각 1만1천148건과 888건에 달하며, 같은 기간 17개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가 실시한 '교원 심리상담 건수'와 '교원 법률지원'도 각각 4만309건 및 1만3천409건이다.

이들은 "다수 학생의 인권과 교권 침해를 예방하고, 해당 학생의 치유와 교육을 위해 교육부와 국회는 '생활지도법'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교원들에게 실질적인 생활지도권을 부여하고, 학생의 문제행동 시 즉각 분리조치를 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