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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를 멸하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 관한 일화가 '사기'에 전한다. 유방이 제위에 오르기 전에 술을 먹고 취해서 길을 가는데 앞에 큰 뱀이 있었다. 유방은 취해서 "장사가 두려울 게 뭐있냐"하면서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뱀을 베어버렸다. 뱀은 두 동강이 났고 가던 길을 가다가 취해서 눕게 되었다. 그 뒤에 오던 행인이 길을 가던 중 그 뱀이 죽은 곳에서 한 늙은 여인이 밤에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우느냐고 묻자 늙은 여인이 누군가 내 아들을 죽였기에 우는 것이라고 하였다. 할머니의 아들이 어찌 죽었냐고 묻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아들은 백제(白帝)인데 길을 지나다가 적제(赤帝)에게 베여서 죽었다"라고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이 사람이 길을 가다가 유방이 누워있는 곳에 이르자 유방이 잠을 깼다. 그 사람이 유방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자 유방은 속으로 기뻐하였고 모든 사람들이 더욱 그를 경외하게 되었다. 유방의 태몽은 교룡(蛟龍)이었다.

오행의 이치로 보면 백색은 금(金)에 해당하고 붉은 색은 화(火)에 해당하니 적제가 백제를 죽였다는 것은 화극금으로 한나라가 진나라를 멸하면서 세워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구한말의 야산(也山) 선생은 1952년 임진년에 시를 한 수 지으면서 구절 중에 '백제참과야곡혼(白帝斬過夜哭魂, 백제를 베고 나니 밤에 곡소리를 내는 혼)'이라 하여 '사기'의 유방 일화를 들어 이듬해 1953 계사(癸巳)년 뱀의 해에 나라가 두 동강으로 분단될 것을 암시하였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