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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한 자사고 학생 한지우(김동휘 분)가 묻는다. "수학을 잘하는 비결이 뭔가요?"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은 "용기. 문제가 안풀린다고 머리 싸매지 말고 내일 다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수학적 용기다. 용기를 내라"고 답한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한 장면이다. 사배자 전형으로 입학한 학교에서 차별받는 가난한 학생과, 리만 가설을 증명한 천재이지만 학교 경비원으로 신분을 숨긴 탈북자가 '수학'으로 인연을 맺어 성장하고 치유하는 휴먼스토리다.

수학은 대입 수능 시험의 제1관문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수학 정복을 위해 학원을 다니고 족집게 과외를 받는다. 통계적으로 검증된 수능 출제 경향과 빈도에 맞춘 문제 풀이를 한없이 반복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학 교사의 말대로 문제에 오류가 있어도 출제자의 의도에 따라 정답을 찾는 입시 수학 앞에 많은 학생들은 '수포자'가 된다.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은 더욱 그렇다.

수학은 논리적으로 참을 증명하는 학문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대다수가 수학에 조예가 깊었던 이유이다. 플라톤은 기하학을 모르는 사람은 철학할 자격이 없다 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수학을 모르면 신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고 단언했다. 피타고라스는 수(數)를 만물의 원리라 주장했다. 논리적 탐구 과정이 삭제된 한국의 수학 교육은 수학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수포자의 나라 한국에서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가 주인공이다. 언론의 대서특필로 알려진 그의 학업 이력이 이채롭다. 시인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로 서울대 입학한 뒤에도 학부 마지막 학기에 수학에 눈을 떴다. 세계적 수학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91) 하버드대 명예교수의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한 외신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18세에 테니스를 배워 20세에 윔블던 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같다"고 했다. 허 교수가 이룬 기적이 정상적인 한국 교육 과정에서 이탈한 덕분이라면 과한 표현일까. 그가 고교에서 대입 수능에 몰두했다면 수포자가 됐을지 모를 일이고, 대학에서 취업 준비에 매달렸다면 평범한 직장인으로 묻혔을지 모른다. 허준이 덕분에 교육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