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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 /고양시 제공

"건물 기둥을 아주 새까맣게 뒤덮었다니까. 얼마나 징그러운지 문 못 여는 손님도 있었어."

지난 6일 오후 찾은 고양 삼송동 일대에선 덕양구보건소 직원 박춘호(61)씨가 방역 작업에 한창이었다. 그의 방제 차량 뒷좌석에는 살충제 수십 여 개가 빼곡히 쌓여 있었고 짐칸에는 살충액 600L가 넘실거렸다. 박씨는 "살충액이 많아 보여도 30분이면 바닥을 보인다. 지난주부터 러브버그가 급증해 요즘에는 주말까지 반납하고 방역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차량이 도착한 곳은 주택가 앞 골목길이었다. 박씨가 호스를 움켜쥔 채 살충액을 수풀에 살포하자 나무 그늘 뒤에 숨어있던 러브버그 떼가 튀어나왔다. 인근에는 사체가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

덕양구보건소, 주말에도 방제 작업
수풀에 살충제 뿌리자 사체 수두룩


러브버그에 대한 시민들의 하소연도 잇따른다. 한 편의점 주인은 "10분에 한 번씩 청소할 정도다. 가게 입구 문턱이 벌레로 뒤덮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견디다 못해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방역 작업을 했더니 벌레가 좀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가게 주인은 "지나가다가 벌레가 막 옷에 달라붙어서 불쾌했다. 살충제를 잔뜩 사뒀다"고 토로했다.

편의점 주인 "10분에 한번씩 청소"
"지나가는데 옷에 달라붙어 불쾌"


실제 방역 작업이 진행된 주택가 인근 편의점 점주는 "최근 살충제 판매량이 많이 늘어났다. 제품을 잘 보이는 곳으로 옮겨뒀다"고 했다. 덕양구보건소에 접수된 관련 민원만 450여건에 달하는 상황이다.

러브버그는 국내 자생종인 털파리다. 암수 한쌍으로 붙어 있는 모습이 주로 관찰돼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벌레는 짝짓기를 한 뒤 수컷은 4일, 암컷은 7일 가량 생존한다. 해충은 아니지만 다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생김새 탓에 온라인에서는 러브버그가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 고온다습한 기후 지적
"알 낳고 죽는 시기… 줄어들 것"


러브버그가 출몰한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고온다습한 기후를 꼽는다. 양영철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곤충은 기온이 32~33도일 때 생존하기 가장 좋다"며 "주민 목격담에 의하면 벌레가 산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텃밭이나 축분으로 인한 발효 퇴비 등에서 다수 벌레가 생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체 수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변혜우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원은 "털파리 수명은 길어야 일주일"이라며 "이제 러브버그가 알을 낳고 곧 죽는 시기인데, 알은 땅 속에서 1년간 살기 때문에 올해는 더 이상 벌레가 많이 발견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