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801000310600014435.jpg
8일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에는 전날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다 굴착기에 치여 숨진 10살 초등학생을 애도하는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2022.7.8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절대 용서 안 해
아빠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8일 오전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에는 전날 이곳에서 자녀를 잃은 유족의 통곡 소리가 들렸다.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다 굴착기에 치여 숨진 지현(가명·10)양 유족은 자녀가 생을 마감한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유족은 "자녀를 잃었다"고 수차례 말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통한 표정으로 주저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추모공간에 학생·시민 애도 발걸음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서 신호 위반
경찰, 굴착기 운전자 구속영장 청구
"굴착기, 민식이법 적용 대상 아냐"

2022070801000310600014434.jpg
8일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에는 전날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다 굴착기에 치여 숨진 10살 초등학생을 애도하는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2022.7.8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학교 앞에는 지현양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현양과 함께 생활했던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이 만든 작은 추모 공간에는 아이가 좋아했을 과자, 인형 등이 올려져 있었다. 학생들이 정성스레 써내려간 편지도 있었다.

편지에는 '너의 부모님은 언제나 너를 사랑하셔. 잘 지내. 동생아!'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평안하길, 아이야. 미안해' '언니 많이 아팠지? 하늘나라에서 아프지마'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현양과 함께 시간을 보냈을 학생들은 하얀 국화꽃을 들고 찾아와 죽음을 애도했다. 선생님들도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추모 공간을 지켰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운전자는 교통 신호를 위반한 채 지현양을 쳤지만, 3km가량 떨어진 곳에서 체포됐다. 지현양과 함께 길을 건너던 11살 초등학생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2070801000310600014433.jpg
8일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에는 전날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다 굴착기에 치여 숨진 10살 초등학생을 애도하는 추모 공간이 조성됐다. 2022.7.8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평택경찰서는 이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및 치상 등 혐의로 굴착기 운전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였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자에 대한 운전자의 안전 의무를 강화한 이른바 민식이법이 적용되면 법정 권고 형량이 높아진다. 민식이법이 적용됐을 경우 이번 사고처럼 피해자가 사망하면 가해 운전자는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2022070801000310600014432.jpg
8일 찾은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 이곳에서는 지난 7일 오후 4시께 학교 앞 건널목을 건너다 신호를 위반한 채 달리던 굴착기에 치여 10살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7.8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그러나 민식이법 적용 대상은 자동차와 그 외 원동기로 명시됐다. 그 외 원동기는 건설기계를 포함하는데, 굴착기는 법에서 명시한 건설기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초록 불에 길을 건너던 아이가 숨진 안타까운 사고"라면서 "법적으로 굴착기는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해당 법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