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폭우로 인해 용인 고기동에서 야산의 토사물이 쓸려 내려와 주택 한 채를 덮쳤고, 화재로 이어져 집이 통째로 타버린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거처를 잃은 집 주인의 상실감과 추가 피해를 걱정하는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실로 크다. 당시 산 중턱의 옹벽은 일부만 무너지다 말아 나머지 부분이 언제 또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의 악몽을 간접 체험한 주민들은 절박하다. 하루에도 수십 번 무너지다 만 옹벽을 바라보며 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상 예보에서 우산 모양만 나타나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라 한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이들의 다급함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며 구청에 전화하면 재난안전 부서로, 산림 부서로, 또 다른 부서로, 결국 다시 구청으로 전화만 계속 돌고 돈다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도 '그 부분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물론 부서별 업무 분장과 역할은 있겠지만 주민들의 생존과 재산권이 달린 문제보다 그게 더 앞설까. 정말 '뭣이 중헌지' 모르는가.
이상일 용인시장은 최근 경인일보와의 취임인터뷰에서 '공무원이 그 지역에 산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시민 입장에서의 행정을 강조했다. 옹벽 일부가 무너져 흙이 쏟아지다 만 야산 아래쪽에 공무원이 살고 있다면, 당장 또 비가 예보돼 있다면, 그때도 부서 소관 운운할 수 있을까.
/황성규 지역자치부(용인)차장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