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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7시께 인천 부평구 굴포천역 인근에서 김동순(82)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며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다. 2022.7.11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위험해도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해요…."

11일 오전 7시께 인천 부평구 굴포천역 사거리.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빨간색 신호등으로 바뀐 횡단보도를 건너는 김동순(82) 할머니 뒷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폐지 등 재활용품을 모아 생계를 유지하는 김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이날도 어김없이 손수레를 끌고 집을 나섰다.

김 할머니는 집 근처 좁은 골목에 놓인 재활용품을 손수레에 담고 큰 도로로 나갔다. 출근길을 재촉하며 달리는 차들이 할머니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갔다. 80대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로와 골목 등을 오가며 손수레에 한가득 실은 재활용품의 판매 수입은 고작 2천원 남짓.

땀에 흠뻑 젖은 김 할머니는 "달리는 차들 사이로 다니다 보면 겁이 난다. 지난해에는 폐지를 줍다가 배달 오토바이에 치이기도 했다"고 푸념했다. 이어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없어 위험해도 매일 나올 수밖에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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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7시께 인천 부평구 굴포천역 인근에서 김동순(82) 할머니가 손수레를 끌며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있다. 2022.7.11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작년 설문 응답자 38.4% 사고 경험
인천시, 야광조끼 등 지원 정책 시행
"인도 주행 작은 손수레 지원 필요"


장마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은 폐지 줍는 노인들의 안전을 더욱 위협한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지난달 말 집중호우 기간에도 우비 하나만 걸친 채 손수레를 끌고 나왔다. 지난달 27일 오후부터 약 사흘간 인천에는 시간당 30~50㎜의 집중호우와 함께 순간 풍속 20m/s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어 피해가 속출했다.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인천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1천명 중 약 384명(38.4%)은 사고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2017년 '인천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냉방·방한용품과 야간작업 시 필요한 야광조끼나 야광테이프 등을 노인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다른 지자체는 손수레에 경광등과 경적벨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을 대상으로 폭염 예방, 교통사고 위험 대비 등 안전수칙 교육도 하고 있다.

양지훈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 부연구위원은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에게 인도로 다닐 수 있는 작은 손수레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인도가 좁거나 길이 울퉁불퉁해 어르신들이 도로로 다닐 수밖에 없는 지역이 많다"며 "인도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