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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논설실장
검사의 언어와 원칙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정계에 발을 디딘 지 1년여 만에 대통령으로 선출된 사례는 전례가 없었다. 전례 없는 현상이 빚어낼 미래는 기대와 우려의 교차점에 있었다. 의심받지만 늘 정확했던 여론조사 결과로도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취임 첫주(5월 10~12일)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 결과 '잘하고 있다'가 52%, '잘 못하고 있다'가 37%였다. 그나마 당선인 시절 40%대로 떨어진 지지율이 대통령 취임식 이벤트로 보정된 결과였다. 80% 안팎을 기록한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 초 지지율에 턱없이 모자랐다.

민심은 정권교체 의지를 발휘해 윤석열을 선택했지만,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평가는 유보했다. 그렇게 정권이 출범하고 두 달이 조금 지났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7월 첫주(5~7일) 윤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7%, 부정 평가는 49%였다. 11일 공표된 리얼미터 조사결과는 긍정 평가 37%, 부정 평가 57%이다.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직 대통령의 퇴임 당시 지지율을 밑돈단 말인가. 취임 직후 지방선거 압승 때만 해도 대통령과 민심은 허니문을 즐겼다. 달콤한 밀월은 한 달여만에 파경을 맞았다. 37%의 지지율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든 중도 배심(陪審) 여론이 등을 돌린 탓이다. 신임 대통령은 골수 지지층 내부에 고립된 것이다.

민심이 높은 지지율로 새 대통령의 취임을 마음껏 축하할 수 없었던 이유는 너무 많았다. 우선 정적들이 막강하다. 윤석열은 진보 장기집권의 꿈을 박살 낸 원흉이다. 민주당은 막강한 입법권력으로 검수완박을 강행했다. 지방선거 패배를 불사하고 대통령 권력의 원천인 검찰을 박살 낸 것이다. 대통령을 향한 미움과 원망이 이 정도로 깊다. 여론전에 능수능란한 전통 진보정당이 대통령의 등 뒤에서 비수를 갈고 있다. 


前 정권 비교 자신의 인사 강변 명백한 실책
청와대 국민에게 반환해 받았던 여론 지지
장삼이사에게 영부인 의전 맡겨 다 까먹어
배심 여론 빠른 지지철회 결국 한국의 위기


반면에 여당은 보기 딱할 정도로 지리멸렬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5년 폐족생활로 전통 보수정당의 공적 역할과 기능을 상실했다. 사적 권력을 다투는 개인기에 집중하느라 대세와 국운에 문맹이 됐다. 용병 후보를 모셔 겨우 정권을 되찾은 주제에 대통령을 만든 공로를 권력으로 바꿔 먹으려는 내전을 생방송으로 자행한다. 집권여당이라는 도끼 자루가 썩으니 대통령이라는 도끼가 힘을 쓸 리 없다.

대통령은 정당의 조력을 받기 힘든 경력과 이력으로 집권했다. 야당은 작정하고 대통령을 미워하고, 여당은 대통령의 면전에서 싸움박질을 벌일 정도로 무도하다. 민심은 대통령이 권위있는 소통으로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했다. 그 지점부터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평가 결과는 전술한 대로 낙제급이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요인은 인사 실패이다. 비판 여론의 핵심은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를 대하는 태도였다. 전 정권 인사에 견주어 자신의 인사를 강변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정치는 비교우위의 경연장이 아니다. 낡은 세력이 새 세력으로 교체되는 영역이다. 낡은 권력에 자신을 빗대는 순간 낡은 세력이 된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반환해 받았던 여론의 지지를 장삼이사에게 영부인 의전을 맡기는 바람에 다 까먹었다. 제2부속실을 폐지했으면 대안이 있어야 했다. 말의 무게를 지키느라 대통령과 영부인의 직무가 소홀해지면 본말이 뒤집힌다. 직무를 위해 약속의 무게를 내려 놓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 37%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다를 것 없다는 민심이다. 전 정권과 각을 세웠던 대통령에겐 치욕적인 평가일 것이다. 이를 취임 두 달 만에 받았다. 합리적 중도 민심은 국정 동력의 원천이다. 배심 여론의 신속한 지지철회는 대통령의 위기이다. 대통령의 위기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의 위기이다. 대통령은 37% 지지율을 숙고해야 한다. 대통령직을 재인식할 보약 같은 지지율이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