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101000379900017911

수원 출신 정현(26·삼일공고졸)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에서 준우승, 한국 테니스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2년 뒤 ATP(남자프로테니스협회) 랭킹 100위 안에 들어 US오픈 16강에 빛나는 이형택(46)을 이을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이탈리아에서 열린 만 21세 이하 8강 초청대회에서 우승해 국내 테니스인들을 들뜨게 했다.

정현은 2018년 초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16강에서 한때 세계랭킹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3-0으로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31세인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왼손잡이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3대 천왕'으로 불리는 최정상급 선수였다. 정현은 기세를 몰아 미국의 샌드그렌을 3-0으로 완파하고 4강에 올라 새역사를 썼다. 이전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은 이형택의 16강 진출이다.

지난달 정현의 랭킹은 510위. 한때 19위까지 오르며 '톱 10'을 바라봤던 것에 비해 눈에 띄는 부진이다. 지난해 1월 허리부상을 이유로 호주오픈에 불참한 뒤 대회 출전소식이 감감하다. 수술을 받고 통증 치료를 하면서 재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복귀 시점이 불투명해 보인다.

지난주 조코비치의 남자단식 4연패로 막을 내린 윔블던대회 14세 이하 남자단식에서 조세혁(14)이 우승해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결승에서 커렐 오브리엘 은고노에(미국)를 2-0으로 완파했다. 예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5게임을 하면서 1세트만 내주는 완벽한 플레이로 전승했다.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낸 조세혁은 전북체육회가 선정한 월드스타 육성 선수다. 훈련과 경기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도 그만뒀다고 한다. 올해 5월 국제테니스연맹(ITF)이 운영하는 14세부 유럽투어 팀에 선발됐다. 대회 출전 전 4강이 목표라고 했으나 기대 이상 선전했다.

한국 테니스가 남녀 모두 동반 침체기다. 정현은 부상으로 갈림길에 섰다. 차세대로 평가된 권순우(24)는 윔블던에서 조코비치를 만나 선전했다는 평이나 하락추세가 완연하다. 여자 선수는 이름조차 생소할 정도다. 주니어 때 정현에 밀렸던 메드베데프(26·러시아)는 세계 랭킹 2위로 급성장했다. 국내 선수들은 왜 반짝스타인가. 조세혁의 깜짝 우승 소식이 반갑지만 않다.

/홍정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