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는 각 기관이나 기업 구내식당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구내식당 직영을 추진하기로 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3개월째 식자재 납품업체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구내식당 위탁업체가 운영을 종료하자 직영을 결정하고 식자재 납품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3차례 입찰을 진행했지만 모두 유찰된 것이다. 애초 4천만원대였던 입찰 단가를 5천200만원까지 올렸는데도 입찰에 응한 업체는 없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위탁 운영 당시 한 끼에 6천원이었던 식대를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4천원으로 낮췄는데, 식대를 낮춰도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메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물가가 오르면서 번번이 유찰되는 상황"이라며 "단가를 좀 더 올려 재입찰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경제청 입찰 참가업체 없어
단가 좀 더 올려서 4번째 준비중
'한끼 3천원' 시청도 올릴 조짐
"메뉴 반찬 수·질 유지 어려워"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보면 지난달 식료품·에너지 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4%나 급증한 119.26으로 집계돼 최근 2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장인이 이용하는 사내식당과 관공서 구내식당, 대학교 학생식당 등의 물가를 나타내는 '구내식당 식사비' 역시 지난달 107.63으로, 전년 동월 대비 3.6% 올랐다.
3천원에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인천시청 구내식당도 계속되는 물가 상승에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채소류는 분기에 한 번씩 납품 업체 입찰을 진행하는데, 입찰 단가의 변동이 거의 없었던 1·2분기와 달리 지난달 진행한 3분기 입찰 단가는 1천600만원이 올랐다.
6개월에 한 번씩 입찰을 진행하는 곡물·김치 재료 납품 단가도 800만원이 뛰어올라 구내식당 운영의 적자 폭이 커진 상황이다. 달걀이나 식용유 등의 단가를 올려도 수급이 불안정한 식자재들도 있어 튀김류나 달걀이 들어가는 반찬은 식단에 포함되는 횟수가 줄었다고 한다.
인천시 총무과 관계자는 "김치 재료에 들어가는 배추나 무 등은 보통 하반기가 더 싼데, 올해처럼 하반기 가격이 더 비싼 경우는 처음"이라며 "현재 가격으로는 구내식당 메뉴의 반찬 수나 질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당분간 물가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가격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자재 1년 단위 계약에 손해만
식자재 납품 업체들도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공서와 기업 구내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인천 서구 한 업체 관계자는 "도매시장에서 가져오는 식자재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가장 부담이 큰 건 유류비"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유류비로 쓰는 비용만 40% 가까이 늘었는데, 1년 단위로 계약을 맺은 경우 비용이 고정돼 있어 지금 상황이라면 계속 손해를 보면서 납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