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산에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등산로로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시립대학교 곽정인 박사가 발표한 '계양산 보호 실태조사 용역' 결과를 보면 계양산에 있는 30.64㎞ 구간의 등산로 주변 산림이 훼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등산로 49.98㎞ 중 59.9%에 달하는 수치다.
곽정인 박사는 이날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주최로 열린 '계양산 보전관리 어떻게 해야 하나'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진행된 용역 결과를 공개했다.
곽 박사는 "계양산은 전체 면적 중 70% 이상이 사유지여서 관리 기관에서 등산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계양산 둘레길이나 국유지인 계양산성·임학공원 주변 지역, 급격한 경사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등산로가 방문객들이 임의로 만들어낸 길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등산로 전체 59.9% 30.64㎞ 훼손
'사유지' 대부분 임의로 만든 길
침식 잦아 주기적 관리 등 필요
이번 조사에서는 나무 주변 풀이 나 있던 곳을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생겨난 등산로가 4.4㎞ 구간인 것으로 확인됐다. 등산로 중에는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나무뿌리나 암석이 드러난 길도 8.97㎞에 달했다. 등산로 가운데 부분이 계속 파이고 있는 구간도 17.26㎞나 됐다.
곽 박사는 훼손된 등산로를 복원하려면 계양산 권역별 특성에 맞는 숲길을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갈나무군락과 침엽수림이 몰려 있는 북사면 주변 지역은 계양산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등산객들이 산림을 체험할 수 있는 둘레길 형태의 등산로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계양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급격한 경사로 침식이 생길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해 목재나 돌계단을 만들고 주기적인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곽 박사는 등산로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계양산처럼 도심에 자리 잡은 산들은 대부분 등산객에 의해 등산로가 많이 생기는 문제가 있다"며 "인천시나 계양구 등 행정기관이 산에 있는 모든 등산로를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등산로를 돌면서 모니터링하는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시민들과 행정기관 사이에 가교 구실을 하는 '시민보전관리센터'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용역을 통해 계양산에는 참매와 황조롱이, 오색딱따구리, 곤줄박이, 도롱뇽, 늦반딧불이 등 법정 보호종 6종을 포함해 총 273종의 동물이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법정 보호종인 이삭귀개와 꾸지뽕나무 등 378종의 식물 서식이 확인됐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