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301000489000023421

2019년 11월 17일. 안대에 눈이 가린 채 경찰특공대에 호송된 탈북 어민 두 명이 발걸음을 멈췄다. 안대가 벗겨지자 눈앞에 하얀 선 너머 북한군이 보였다. 한 명은 선을 넘지 않으려 엉덩이를 뒤로 뺐고, 또 한 명은 자해로 피투성이가 됐다. 몸부림은 절박했지만 무의미했다. 그들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으로 사라졌다. 통일부가 12일 공개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장면을 담은 사진들은 국가의 야만을 증언한다.

언론 호칭은 탈북 또는 귀순 어민이지만 그들은 북송 때도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북송 5일 전 동해상에서 해군에 나포된 뒤 자필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 귀순 의향을 밝힌 순간 그들은 헌법 3조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국가는 헌법 10조에 따라 이들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져야 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강제로 추방했다. 그들이 탈북 후 귀순해 국민이 된 과정도 은폐했다. 북송 당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상황을 보고한 문자메시지가 기자 카메라에 포착되는 바람에 알려졌다. 국민이 강제 북송된 사실을 쥐도 새도 모를 뻔했다. 정부는 곧바로 그들이 선상반란으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고 밝혔다. 범죄 현장이자 증거인 선박은 소독해 북한에 돌려줬다.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은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중언부언했다.

변호사 문재인은 1996년 참치잡이 어선 페스카마호에서 한국, 인도네시아 선원 11명을 살해한 중국 조선족 선원들을 변호했다.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 문재인은 국민을 흉악범이란 이유로 고문과 공개처형의 나라 북한으로 '반환'했다.

흉악범이라지만 자백뿐이다. 헌법 12조7항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 수사, 기소, 재판 등 모든 사법 절차를 생략하고 '묻지마 흉악범'이란다. 정부는 헌법을 조목조목 유린했다. 공개적이고 당당하게 국제법을 위반했다.

국민 이대준은 정황만으로 월북자가 됐다. 국민 2명은 자백만으로 흉악범이 됐다. 이대준은 해상에서 사살당한 뒤 소각됐고, 북송된 국민 2명의 생사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들에게 국가는 없었다. 내가 이대준이나 북송된 국민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