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렬 전기(傳記)작가는 우리나라 '전기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13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열린 제421회 새얼아침대화에 강연자로 나왔다.
그는 강연에서 "인천에는 보물과도 같은 '인천 인물'이 있다"며 "인천 인물을 발굴하고 정리해 인천 시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미술품을 수집하고 기증한 송암 이회림, 인천이 낳은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미술박물관을 처음 만든 석남 이경성, 글씨를 잘 쓴 검여 유희강 등 인천 인물을 소개하며 "이러한 보석과 같은 인천 인물의 이야기가 발굴되고 전기로 나온다면, 인천 시민이 문화도시의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술품 수집 기증 송암 이회림 등
보석같은 유명인 이야기 정리 필요
씨줄·날줄로 엮어내는게 문화의 힘
이날 강연 주제는 '인물 전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인물 전기만 쓰는 전기작가'다. 이날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전기작가는) 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동안 간송 전형필, 김수환 추기경, 김대건 신부 등 우리 사회에 큰 발자취를 남긴 역사적 인물의 삶을 전기로 되살려냈다. 간송의 전기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충렬 작가는 역사·사회·문화·학문 등의 발전에 공헌한 사람의 삶을 복원하고 조명하는 인물 전기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삶의 나침반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순신 전기 이후 전기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왕조시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독재정권을 거쳤는데 이 시기를 거친 인물을 '간신' '독재자' '친일파' 등으로 쓰면 작가들이 후손의 소송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전기가 나오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외국은 다르다. '뉴욕타임즈'가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 전기가 항상 2~3권이 있고, 유럽은 전통적으로 전기를 많이 읽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이충렬 작가는 이날 자신이 전기로 쓴 간송 전형필, 김수환 추기경의 업적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천에도 송암 이회림, 최초의 한국인 영세자 이승훈 등 간송 선생과 김 추기경만큼 훌륭한 인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인천의 인물들을 총정리해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야 한다. 인천의 빛나는 전통을 만든 역사적 보물을 인천은 갖고 있다"면서 "그 보물을 꿰는 작업이 바로 인물 전기"라고 했다.
이충렬 작가는 "여기 계신 기관장, 언론사 간부, 국회의원, 구청장, 박물관장에게 당부한다.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그게 문화의 힘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가 중요하고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