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개인의 사유재산으로서 영리 추구의 목적도 있지만 도시의 구성에 영향을 주는 만큼 공공의 가치도 지녀야 한다. 건축의 운명은 공공의 가치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광주시에서는 팔당호 보존을 위해 약 793.3㎡ 미만의 소규모 건축행위 위주로 건축면적을 제한해 허가가 이루어졌으며, 오염총량제라는 제도 시행 후 하수종말처리시설의 확충 정도에 따라 건축면적을 제한하고 있다. 이로인해 제대로 된 도로를 설치하기 어렵고, 규제를 피해 조각난 대지에 건물을 짓게 되면서 공공의 가치와 도시의 전체적인 계획을 고려한 건축보다는 오히려 난개발을 조장하는 요인이 됐다.
이처럼 아이러니하게도 '규제=난개발'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수자원을 보존한다는 목적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가 오히려 광주시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팔당호 지류에 인접한 도시들은 서울의 확장으로 팽창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어 개발이 불가피하고, 지자체의 자족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규모 산업단지나 첨단 산업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는 도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규모 건축행위 제한 '규제=난개발' 초래
수자원 보존에만 초점 되레 도시발전 발목
따라서 팔당호의 수질을 보호하면서 인근 도시들이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개발과 보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정책 방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존과 더불어 오염을 덜 시키고 정화하는 것에 자본과 기술을 집약시키는 것을 생각해보자. 국민 절반 이상이 의지하고 있는 수자원이라면 그들이 내놓는 오염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적극적으로 정화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팔당호 지류에 '공원형 첨단 오수처리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공원형 오수처리시설을 지하 공간에 마련하고, 지상에는 친환경 생태 공원을 조성해 지하에서 정화된 물이 공원과 습지, 호수, 폭포, 실개천 등을 거쳐 팔당호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설을 통해 팔당호의 수질을 유지한다면 각종 규제로 인한 개발의 제한이나 난개발로 도시 발전이 어려웠던 인근 도시들도 계획적인 혁신도시, 생태도시, 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첨단 수질 관리 인프라 구축과 물을 테마로 한 랜드마크의 조성은 정화와 상수원 보호는 물론이고 관련 기술과 산업의 집약과 전문 인력과 기업들의 유입으로 이어져 '물 특화 도시'라는 정체성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물 산업의 중심지로서 면모를 갖추어나간다면 난개발을 낳게 한 상수원 보호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도시 인프라도 개선되어 적극적인 도시 개발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형태의 수질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물 특화 도시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물 박람회나 페스티벌과 같은 이벤트를 통해 물과 관련된 기술개발을 선보이고, 박람회 개최를 위해 조성된 시설들을 관광 자원화한다면 도시의 자족능력을 키우는 데도 한몫 할 것이다.
팔당호 지류에 '공원형 오수처리시설' 제안
자연 보존·오염 정화에 초점 맞춘 전략 필수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 차원의 검토는 물론 기술과 자본의 집중도 필요하다. 규제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역발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물'에 대한 관심과 대규모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선제 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을 훼손하고 오염을 키우는 성장이 아니라 보존과 정화에 초점을 맞춘 발전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도 필연적인 방향이다. 첨단 오수처리시설의 설치와 세계적인 공원 조성을 통해 팔당호 문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며, '물 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광주시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허일행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