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행순찰 (3)
지난 15일 오전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암행순찰대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과속 차량을 추격하고 있다. 2022.7.15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배가 아파서 빨리 좀 가려고 했습니다…
몰랐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과속 운전하다 암행순찰차량에 적발된 운전자들은 경찰관에게 이렇게 핑계를 댔다.

지난 15일 오전 8시께 경기 시흥에 있는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11지구대 앞에서 정호진 경위, 오도석 경사와 함께 암행순찰차량에 올라탔다. 암행순찰차량은 겉으로 봐서는 일반 승용차와 다름없어 보였다. 내부에는 과속 차량 적발에 필요한 태블릿PC와 속도측정계 등이 설치돼 있었다.
차량 내부엔 속도측정계 등 설치
1~4차로 넘나드는 곡예운전 발견
"배가 아파서"… 어김없이 범칙금

암행순찰차를 타고 단속 지역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오전 8시34분께 한 과속 차량이 정 경위와 오 경사 눈에 들어왔다.

과속 차량은 암행순찰차가 따라붙는지도 모른 채 제한속도인 시속 100㎞를 훌쩍 넘은 176㎞/h로 질주했다. 정 경위는 암행순찰차를 과속 차량 옆으로 붙었고, 오 경사가 갓길로 과속 차량을 안전하게 유도했다.

적발된 운전자 A(67)씨는 "벌점까지 받는지 몰랐다.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국 범칙금 12만원 처분과 함께 벌점 60점을 받았다. 정 경위는 "적발된 차량은 전기차인데, 최근에는 이처럼 성능 좋은 차들이 과속하다가 잡히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암행순찰차는 평소 과속 차량이 많이 적발되는 곳이라는 인천공항 톨게이트로 이동해 단속을 이어갔다. 순찰대는 오전 10시께 톨게이트 인근에서 시속 150㎞가 넘는 속도로 1차로와 4차로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곡예 운전하는 차량을 발견했다.

오 경사 유도로 갓길에 차량을 세운 운전자 B(26)씨는 "배가 아파서 과속했다"고 변명했지만, 어김없이 범칙금과 벌점(30점) 처분을 받았다.

오전 시간대 몇시간 12건 적발돼
"주말 200㎞/h 만취운전 추격도"
창설뒤 다음해 적발 반으로 줄어
 

이날 오전 11시30분까지 암행순찰차에 적발된 과속 운전 건수는 12건이다. 이 중 5건은 제한속도보다 40㎞/h 이상을 초과해 범칙금과 함께 벌점이 부과됐다. 제한속도보다 80㎞/h 이상 초과하는 '초과속 운전'의 경우 2020년 12월부터 100만원 이하 벌금과 100점 이하 벌점이 부과되고 있다.

정 경위는 "지난 주말(10일)에 만취 상태에서 시속 200㎞로 난폭 운전하는 차량을 쫓았다"며 "그 차량은 암행순찰차의 정차 명령도 무시하고 달리다 결국 벽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위험한 상황이라서 겁이 나기도 하지만, 시민 안전을 위해 끝까지 추격해 적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소속 암행순찰대는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과속·난폭 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2019년 1월 창설됐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비롯해 인천 지역을 지나는 모든 고속도로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 창설 첫해에는 과속·난폭 운전 적발 건수가 763건이었지만, 2020년(333건)과 2021년(337건)에는 절반 수준까지 줄었다.

방재민 인천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장은 "인천 지역 고속도로는 직선 구간이 많아 이전까지 난폭 운전 등이 많이 적발됐지만, 암행 단속 후 많이 줄어들었다"며 "앞으로도 더 안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시민들께서도 항상 안전 운전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