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통령실의 상징 엠블럼에 대해 얘기 해 보겠습니다. 매일 출·퇴근하며 지나칠 때마다 고개가 갸웃해 지는 모습을 논해 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하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정면 외벽에는 아직도 제20대 대통령 '취임위원회'를 상징하는 대형 엠블럼이 걸려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TV 뉴스를 볼 때 마다 이 걸개 그림을 많이 보았을 겁니다.
방송 기자들이 뉴스 마지막에 그 걸개그림과 그 밑의 봉황 마크가 보이는 건물을 배경으로 '클로징 멘트' 하는 모습, 많이 보았을 겁니다.
태극 문양을 날개 모양으로 형상화한 것. 아마 국민들은 그 그림이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로고'로 인식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장(紋章)은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아닙니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윤석열 정부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만든 엠블럼이지요.
방송 기자들이 뉴스 마지막에 그 걸개그림과 그 밑의 봉황 마크가 보이는 건물을 배경으로 '클로징 멘트' 하는 모습, 많이 보았을 겁니다.
태극 문양을 날개 모양으로 형상화한 것. 아마 국민들은 그 그림이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로고'로 인식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문장(紋章)은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엠블럼이 아닙니다.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때 윤석열 정부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만든 엠블럼이지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태극' 모양이고, 미래를 향해 뻗어 나가는 국민의 힘찬 날개 깃으로 형상화한 것이지요.
그런데 대통령 취임식을 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그 걸개그림을 걸어 놓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대통령실 명칭 정하지 못하면서 모든 게 올 스톱
직원 명함 로고로 취임준비위 마크 그대로 사용
직원 명함 로고로 취임준비위 마크 그대로 사용
이 엠블럼은 청사 건물 내부에서 기자를 상대로 하는 백 브리핑 공간에도 백보드로 걸려 있고,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과거 청와대 엠블럼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 건물을 본떠 형상화해 사용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조금씩 문양이 바뀌기는 했지만, 원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만 조금씩 바꿨을 뿐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무실 자체가 용산으로 옮겨지면서 그 뜻을 새길만한 문장이 없습니다.
대통령실 문장은 여러 나라를 보더라도 대통령 관이나, 대통령 궁을 상징처럼 사용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직무 하는 공간의 건물이나 그 나라의 상징물을 구현해 내는 경우가 많지요. 동·서양을 막론하고 귀족 가문에서도 이런 문장을 사용하면서 위용과 품위를 유지하고, 대를 이어갑니다.
나라와 가문의 역사와 전통을 아로새겨 정체성을 세우고 영광을 이어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 명칭을 정하지 못하면서 모든 게 올 스톱 됐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고,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외교를 위해 첫 순방도 다녀왔지만, 대통령실을 상징하는 문장도 없이 그냥 지나왔습니다. 기자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데, 용산 대통령실 직원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합니다.
아직 대통령실 로고가 없어 취임준비위 엠블럼을 넣었다. 안넣으면 휑하니까
이런 상징물이 없다 보니 대통령실 직원들은 명함 로고로 취임준비위원회 마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제(15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니터에 보이는 정부안 표제에도 이 '취임준비위원회' 엠블럼이 비치더라고요.
해외 순방에서 만난 한 수석은 "아직 대통령실 로고가 없어 취임준비위원회 엠블럼을 넣었다. 안 넣으면 너무 휑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격식을 따지지 않고 권위를 내린 정부라고 하지만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대통령실 명칭이 없다 보니 문장(紋章)을 만드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이런 지적을 하는 기자에게 "교체를 위한 예산도 확보돼 있고, 디자인을 바꿀 시스템도 다 갖추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명칭만 정해지면 바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실 명칭이 당장 바뀔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누군가는 "'용산 대통령실'로 쓰기로 한 것 아니냐"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원래 청와대도 공식 명칭이 아니었는데, 그냥 쓰다 보니 세월이 흘러 '청와대'가 된 것"이라며 "용산 대통령실도 그렇게 지나 보면 국민의 입에서 나오는 명칭이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가 막히는 일만 되풀이 되네요.
그러면 언제까지 취임위원회 엠블럼을 그대로 사용할 건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누가 이런 대통령실의 인식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매일 추락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보고서도 "좀 있으면, 성과가 나오면 올라갈 것"이라는 안일한 대처와 뭐가 다른가요.
대통령실의 엠블럼(emblem)은 그 나라의 국격입니다. 이건 권위도 위세도 아니고 그 나라를 상징하는 그 자체입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당장 만들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면, 그림이든, 캐치프레이즈든 국민들한테 보여주는 메시지라도 담아 걸면 이 더위를 시원하게 나지 않을까요.
누가 이런 대통령실의 인식을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매일 추락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보고서도 "좀 있으면, 성과가 나오면 올라갈 것"이라는 안일한 대처와 뭐가 다른가요.
대통령실의 엠블럼(emblem)은 그 나라의 국격입니다. 이건 권위도 위세도 아니고 그 나라를 상징하는 그 자체입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당장 만들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면, 그림이든, 캐치프레이즈든 국민들한테 보여주는 메시지라도 담아 걸면 이 더위를 시원하게 나지 않을까요.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